한국 은행 해킹에 악용된 중국산 AI 보안도구 'ARTEX'…악의적 사용 원천 차단 불가능
중국에서 개발된 개방형 AI 보안도구 'ARTEX'가 한국 금융기관 해킹에 악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 방어 목적으로 개발된 이 도구는 개방형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악의적 용도로 전환되기 쉬웠으며, 개발진의 사후 지침 개정도 근본적인 악용 차단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 금융권을 강타한 대규모 해킹 사건의 배후에 중국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기반 사이버 보안도구 'ARTEX'가 악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ARTEX는 원래 보안 취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방어 목적의 도구였으나, 해커들이 이를 정반대로 악용해 금융기관을 공격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방형 소프트웨어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보안 기술이 어떻게 범죄 도구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ARTEX는 중국의 사이버 보안 엔지니어 리푸화(별명: 오텀)가 개발한 개방형 AI 에이전트다. 이 도구 자체는 인공지능 모델이 아니지만, 사용자가 다양한 AI 모델을 통합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픈AI의 GPT, 중국의 AI 모델 딥시크 등을 ARTEX 플랫폼 위에서 마치 팀원처럼 연동시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다중 AI 통합 기능이 ARTEX의 가장 큰 특징이자, 동시에 악용의 여지를 제공한 핵심 요소가 되었다.
ARTEX가 악용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개방형 소프트웨어의 특성에 있다.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수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개방성이 개발자의 원래 의도와 무관하게 악의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개발자는 금융기관과 정부기관 등이 네트워크 취약점을 파악하고 방어 능력을 강화하도록 돕기 위해 이 도구를 개발했지만, 사이버 범죄자들은 동일한 기능을 공격 수단으로 전환했다. 이번 한국 금융사 공격에서도 해커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미국, 일본, 독일 등 10여 개국의 20여 개 IP 주소를 거쳐 공격을 실행했으며, 웹서버에서 'ARTEX-自主渗透試控制台'라는 중국어 문자열이 발견되어 ARTEX 사용이 확인되었다.
ARTEX 개발진은 사건 이후 대응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은행 해킹 사건이 보도된 직후 ARTEX는 사용자 지침을 개정하여 무단 사이버 침입, 데이터 도용 등 악의적 목적으로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는 선언적 조치에 불과하며, 범죄 의도를 가진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개방형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소스 코드가 공개되어 있어 누구든 이를 복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적 제약보다 윤리적 규범에만 의존하는 구조의 한계를 보여준다.
AI 에이전트 기반 사이버 공격의 증가세는 단순한 한국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사이버보안 분석기업 지니언스시큐리티센터의 문종현 센터장은 "한국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사이버 보안 공격이 증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ARTEX가 지난 9월 중국에서 개최된 에이전트형 AI 시스템 대회에서 우승한 만큼, 이 도구의 성능과 활용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ARTEX 같은 고성능 보안 도구가 더 널리 알려지고 사용될수록, 이를 악용한 사이버 범죄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이번 한국 금융사 공격의 용의자 신원은 특정되지 않았으나, 국제적 추적과 기술 분석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개방형 기술의 발전과 보안 위협 사이의 긴장 관계를 보여준다. 기술의 투명성과 접근성은 혁신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악의적 행위자에게도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다. 국가와 기업들은 개방형 소프트웨어의 이점을 누리면서도 이를 악용하려는 시도에 대비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금융 같은 핵심 인프라를 다루는 기관들은 AI 기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 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