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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 속도조절 주장에 정부 '이율배반' 지적…안전과 경쟁 사이의 딜레마

배경훈 부총리가 AI 개발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앤트로픽 CEO를 향해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국정감사에서는 독자 AI 모델 개발 사업의 실효성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과 기업들의 해킹·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집중 조명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공지능 개발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이율배반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배 부총리는 아모데이 CEO가 주장한 AI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앤트로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중고책을 스캐닝해서 데이터 학습을 시키기도 했다"며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글로벌 AI 기업들이 자사의 투자 부담을 느껴 속도조절론을 꺼내고 있다는 정부의 인식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배 부총리는 아모데이 CEO가 최근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을 두고 "인공지능 기술 발전 투자에 여러 부담도 느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면서 인공지능 발전을 가속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안전과 성장의 균형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 빅테크와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AI 개발 속도 조절 필요성을 둘러싼 갑론을박 속에서 한국 정부가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AI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규제와 육성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추진 중인 '독자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과 '프런티어 인공지능' 사업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독파모 사업과 별도로 4조 7천억원을 들여 최상위급 모델 개발을 위한 프런티어 사업을 투트랙 형태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기존 독파모 사업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독파모가) 홍보에 비해 너무 실적이 없어 국민을 속이는 핑크빛 청사진만 제공하려 했던 것 아니냐"며 "항간에는 '인공지능 대장동 사업'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도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독파모 심사가 공정하지 못하고 주먹 구구식이다는 지적이 있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배 부총리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독파모 2차 평가를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인공지능 3위 국가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인공지능 경쟁력을 높이고 인공지능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당 의원들도 정부를 적극 옹호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의 독파모가 아니었으면, 인공지능 기본법이 아니었으면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에 존재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AI 정책 추진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AI 산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잇따른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기업 관계자들이 집중 질타를 받았다. 3954만개 계정 정보가 유출된 티빙의 최주희 대표는 "앞으로 재발 방지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지고 글로벌 보안 수준으로 거듭나도록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22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의 홍승일 CEO는 "보안 관련 투자를 2.5배 이상 늘리겠다"며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배 부총리는 해킹 은폐 의혹을 받은 엘지유플러스에 대해 "고의로 증거인멸, 여러 조사 방해 이런 것들이 밝혀지면 당연히 위약금 면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엘지유플러스는 지난해 해킹 사고 후 일부 서버의 운영체제를 재설치하거나 관련 서버를 폐기해 당국 조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보안 강화와 투명한 대응을 강조하며 재발 방지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