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축구 4연패 뒤 병역특례 논란…선수들 '경솔한 발언' 파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4연패를 달성한 한국 U-23 남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결승전 직후 병역특례를 언급하는 경솔한 발언과 세리머니를 보여 논란이 일었다. 양민혁의 '군 면제가 목표'라는 발언, 이기혁의 '군대 안 간다'는 외침, 박승수의 전역모 사진 게시 등이 국방의 의무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으며, 선수들과 축구협회가 사과에 나섰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 대표팀이 4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으나, 결승전 직후 선수들의 언행으로 인해 병역특례 혜택을 둘러싼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금메달 획득의 기쁨이 식기도 전에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세리머니가 국방의 의무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번지면서, 애초부터 팽팽했던 병역특례 논쟁에 다시 불이 붙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23명의 엔트리 중 20명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되는 만큼, 선수들의 태도가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의 중심에는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양민혁 선수의 인터뷰가 있다. 일본과의 결승전 직후 양민혁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달이냐 트로피냐는 정말 중요하지 않았고, 저희는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발언했다. 이는 대표팀 선수들이 국가 대표로서의 영광이나 축구 경기 자체의 의미보다 병역특례라는 실리에 더 집중하고 있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발언으로, 즉시 여론의 질타 대상이 됐다. 특히 전체 엔트리의 87퍼센트에 해당하는 20명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국가 대표팀으로서의 자부심보다는 병역 의무 회피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게 만들었다.
주장 이기혁 선수의 발언도 논란을 가중시켰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던 이기혁은 우승 직후 금메달을 들어 올리며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다. 이 발언은 단순한 기쁨의 표현을 넘어,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게 됐다는 점에서 너무나 가볍게 다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현역으로 군 복무 중인 장병들과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국가대표 선수가 병역 면제를 축하받을 일처럼 표현하는 것이 불쾌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기혁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을 경우 귀국 직후 입대를 앞두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그의 발언은 더욱 도발적으로 받아들여졌다.
2007년생으로 대표팀 막내였던 박승수 선수는 결승전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사진을 게시했다. 이미 전역했다는 의미의 세리머니였지만, 국방의 의무를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전역모는 군 복무를 마친 사람들이 쓰는 상징적인 물건으로, 아직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선수가 이를 착용하고 사진을 공유하는 것은 병역 의무 자체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선수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급속도로 확산됐고, 국방부와 참전 용사 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세 선수는 결국 사과에 나섰다. 주장 이기혁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주장인 만큼 제가 말의 무게를 생각하고 얘기했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쉽게, 가볍게 여긴 건 아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양민혁도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려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으며, 박승수도 논란이 된 사진을 내리고 "금메달을 딴 기쁨과 벅찬 마음이 너무 컸고, 그 순간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불거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도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협회는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과 인터뷰로 많은 국민 여러분과 현역 장병들께 실망과 상처를 안긴 점 깊은 사과를 드린다"면서 "국가대표 소양 및 윤리 교육을 강화해 국민 정서와 사회적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는 선수단 품행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선수 개인의 부주의를 넘어, 병역특례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축구협회는 향후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병역 의무에 대한 존중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논란이 향후 병역특례 제도 개선 논의로까지 이어질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