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국감 불출석 선언, 여야 삼권분립 놓고 격돌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불출석을 선언하면서 여야가 삼권분립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동행명령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직접 출석을 요구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 월권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의 불출석 사유서 제출로 여야 간 정면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2일 법사위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대법관 재제청 문제와 관련된 민감한 인사사항 및 청와대와의 협의 내용을 국감장에서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사법권 독립과 삼권분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법관 제청권 행사와 관련해 고발이 이뤄져 향후 수사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출석 거부의 사유로 들었다. 이는 지난달 28일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한 결정에 직접적인 반발로, 국회와 사법부 간의 권력 관계를 둘러싼 근본적인 논쟁으로 확대될 양상이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불출석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법해석에도 맞지 않은 얇은 의견서 뒤에 숨지 말고, 국감장에 당당히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 앞에 직접 소명하라"고 촉구했으며,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대법원장은 성역이 아니다"라며 불출석 시 동행명령장 발부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민주당은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며 조 대법원장이 직접 답변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12·3 비상계엄 당시 간부회의 소집 경위도 국감장에서 따져 묻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 요구 자체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월권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3부 요인 중 하나인 대법원장을 국정감사에 부르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사법부에 대한 국회의 횡포이자 갑질"이라고 비판했으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부른다면 대통령도 행정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회의 감시 권한과 사법부의 독립성 사이의 균형 문제를 핵심으로 하는 논쟁이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이 신청한 증인 44명과 참고인 4명이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국감의 핵심 쟁점은 단순한 출석 여부를 넘어 대법관 제청권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 간의 권한 충돌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으나, 청와대는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실질적인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민주당은 국감장에서 이 문제를 직접 따져 묻겠다는 입장으로, 대법관 공석 상태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조 대법원장에게 물을 계획이다.
조 대법원장이 일반증인 출석은 거부했지만 기관장 자격으로 국감장에 출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국감에서도 조 대법원장은 일반증인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기관장 자격으로 출석했으며, 당시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인사말을 마친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가하지 않고 질의를 이어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과정 등을 집중 추궁했고, 조 대법원장은 답변하지 않은 채 약 90분간 자리를 지킨 뒤 이석했다. 올해는 재판 문제에 더해 대법관 제청권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까지 쟁점에 추가되었으므로 지난해보다 더욱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법사위의 두 번째 전선은 8일 법무부 국감이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한 뒤 처음 열리는 법무부 국감인 만큼 새 형사사법체계의 실제 작동 여부가 도마에 오른다. 국민의힘은 수사·기소 분리 이후 사건 이첩과 기관 간 업무 조정, 수사 공백과 현장 혼선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검찰개혁의 제도적 완성으로 규정하고 새 체계의 조기 안착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조작기소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에서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처분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뒤 이어진 '공소취소' 논란도 주요 질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