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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규탄 공세, 국민의힘의 검열 우려 커져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강경 대응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영 중단 압박에서 해외 영화제 개입까지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 과거 블랙리스트 논란을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강경한 대응이 표현의 자유와 창작 환경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5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우자 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방문해 이 영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당은 이후 영화 상영 중단 압박, 투자사 수사 요구,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 철회 촉구 등으로 대응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특히 소속 의원 107명의 이름으로 해외 영화제에 보낸 서한은 국내 정당이 해외 영화제의 프로그래밍에 직접 개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영화다. 공식 수사 이후에도 남아있는 의문점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다. 국민의힘이 이 영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보수 진영이 '영원한 국모'로 추앙해온 육여사의 죽음이 상업적 흥행 소재로 활용되고, 사실과 픽션의 경계가 흐려져 보수의 정치적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 제작과 상영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국민의힘의 대응 수위는 민주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의 피케팅이나 조직적 관람 거부 같은 소비자 운동 차원의 표현은 자유지만, 출연 배우에 대한 인신공격, 투자사에 대한 수사 요구, 해외 영화제에 대한 상영 철회 압박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 정당이 여당 지위에서 문화예술인들에게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창작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박근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한국 문화예술계가 입었던 상처를 고려할 때, 같은 정당이 유사한 방식으로 영상창작물에 대해 강압 수단을 동원하려는 시도는 과거의 악순환을 반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국민의힘의 공세가 한국 문화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우수한 인재 공급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자유로운 창작 환경이었다. 정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맞지 않는 창작물을 검열하려 하고, 재집권 시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를 심어준다면, 창작자들은 자기검열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국민의힘이 해외 영화제 주최 측에 개막작 선정 철회를 촉구하는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국 영화의 해외 영화제 출품과 상영에까지 정부나 정당 차원의 압력을 행사하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매우 드물다.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의 검열과 통제를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여당이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적 신뢰도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한 의견과 표현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인데, 국민의힘의 일련의 조치들은 이러한 기본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