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뉴스나우
정치

영화 논란 속 배우 신변 위협 확산…정부 '법 집행' vs 비판 자유 사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란이 주연 배우 개인에 대한 신변 위협으로 확대되면서 정부는 법 집행을 강화하되 상영 중단은 거부하는 입장을 보였다. 보수 성향 단체들의 집회와 온라인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화는 논란 속에서도 누적 관객 223만 명을 넘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란이 주연 배우 개인에 대한 신변 위협으로 확대되면서 표현의 자유와 개인 안전 보호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SNS를 통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라며 경찰청 등 관계 당국에 영화 관계자와 출연 배우에 대한 안전 조치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는 지난 4일 서울 성북구의 배우 유해진 자택 앞에서 벌어진 집회와 그에 따른 협박·위협 행위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보수 성향 단체들은 4일 오후부터 유해진의 자택 앞과 제작사 건물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 50여 명이 모인 집회 현장에서는 "암살자(들) 제작자 배우들은 유가족과 고인에게 사과하라"는 구호가 반복됐으며, 한 유튜버는 확성기를 통해 배우를 겨냥한 욕설까지 섞어 발언했다.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사항은 영화 즉각 상영 중단, 제작진·배우의 대국민 사과, 유족과 고인에 대한 사과, 광고 모델 계약 철회 등으로 확대됐다. 압박은 배우의 광고 출연사로도 옮겨가 버거킹과 키움증권 광고에는 모델 교체 요구 댓글이 쇄도했고, 온라인에는 버거킹 앱 탈퇴 인증 게시물까지 올라왔다.

최 장관은 개인 신변 위협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영화 상영 중단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작품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사전에 개입하거나 행정력으로 재단하라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 검열'의 시대로 되돌아가라는 위험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또한 "명예훼손이나 법률적 문제가 있다면, 이는 상영 이후 민사상 소송이나 형사적 절차를 통해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구하면 될 일"이라며 정부의 역할을 제한했다. 동시에 "영화가 다룬 역사적 해석이나 시각에 대해 비판과 토론이 일어나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이라고 말해 창작물에 대한 비판 자체는 인정했다.

배우 유해진의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는 "배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신변을 위협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소속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유해진을 향한 비방, 허위 사실, 악의적 인신공격과 모욕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관련 게시물과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치인들까지 논쟁에 가세했는데,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배우를 비난하는 누리꾼 게시물에 "북한상"이라는 댓글을 달자 외모 비하라는 지적이 나왔고,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북한 편을 드니까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반박해 논란을 더했다.

영화는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 누적 관객 223만 3963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논란 중심에 있던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만 해도 41만 2012명이 관람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제작진이 무대인사와 부산국제영화제 홍보 일정을 전면 취소한 상황에서 나온 수치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생한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미수 및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극 중 일부 인물이 중앙정보부 '윗선'이 배후였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장면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허진호 감독은 "박정희 배후라고 생각한 적 없다"며 여러 의문에서 출발해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지를 따라가 본 작품이라고 설명했지만,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작품 참여자들이 제기되지 않은 사실관계로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