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로 금융권 해킹 가능…AI 자동화 공격 22초 만에 성공
AI 보안기업 에버스핀이 금융권 해킹에 사용된 AI 도구를 재현한 결과, 1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22초 만에 대량 정보 탈취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기존 방어 체계로는 AI 기반 자동화 공격을 막을 수 없으며, 공격 비용을 단계적으로 상승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금융권을 강타한 동시다발 해킹 사건에서 인공지능이 악용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사이버 위협이 드러났다. AI 보안기업 에버스핀이 실제 금융사 공격에 사용된 AI 자율형 침투테스트 도구를 재현한 결과, 1달러도 안 되는 비용으로 단 22초 만에 대량의 정보를 탈취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의 복잡한 해킹 방식과는 달리 저비용으로 대규모 자동화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융권뿐 아니라 전 산업에 심각한 보안 위협으로 지적되고 있다.
에버스핀이 재현한 공격 도구는 '아르텍스'라고 불리는 AI 기반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대규모언어모델을 연결해 기업 시스템의 취약점을 자동으로 점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재현 실험에 사용된 토큰은 약 4만4000개로, 현재 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오픈AI의 챗GPT와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비용은 0.88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기존 사이버 공격에 필요했던 고비용의 인프라나 고급 기술력이 더 이상 필수 요소가 아니라는 의미로, AI 도구의 대중화에 따른 보안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금융권 연쇄 침해 사고 상당수가 아르텍스를 악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르텍스가 이토록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적 우회 과정을 거치지 않고 조회 API를 직접 호출해 반복 요청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에버스핀의 재현 실험을 통해 아르텍스가 브라우저 없이 조회 API를 직접 호출하여 반복 조회와 정보 확인까지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실제 금융권 피해 사례에서도 이러한 자동화 공격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약 30시간 만에 2만5727건의 정보가 유출됐으며, 이를 단순 평균하면 약 4초에 1건꼴로 고객 정보가 탈취된 것이다. 공격자들은 접수번호 등을 무작위로 대입하고 여러 국가의 인터넷주소를 바꿔가며 반복 조회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정보 탈취를 감행했다.
기존의 금융권 보안 대응 방식으로는 AI 기반 공격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금융권은 외부 노출 서비스 최소화, 미인증 접근 경로 제거, 조회 횟수 제한, 공격 IP 차단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공격자들은 AI를 악용해 이러한 방어 체계를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다. 에버스핀은 이 문제의 핵심 해결책으로 '공격 비용 상승'을 제시했다. 완전한 차단보다는 해커의 공격 비용을 지속적으로 높여서 해커 스스로 공격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직접 API 호출을 막으면 공격자는 실제 브라우저를 자동화해 요청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매번 브라우저를 실행하고 AI가 판단을 내려야 하므로 시간과 토큰 사용량이 급증하게 된다.
에버스핀 측은 AI가 할 수 있는 모든 '자동화된 요청'을 체계적으로 식별하고 단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자가 방어 체계를 우회할 때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도록 설계하면, 결국 대규모 자동화 공격이 경제성이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중단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는 "공격자가 방식을 바꿀 때마다 시간, 컴퓨팅, 토큰을 더 쓰게 해 AI를 이용한 대량 조회가 수지에 맞지 않게 해야 한다"며 "공격자가 우회할수록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하되 정상 사용자의 서비스 품질은 떨어뜨리지 않는 방향으로 대응 방식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권뿐 아니라 개인정보를 다루는 모든 기업과 공공기관이 즉시 보안 체계를 재점검해야 함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