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해킹 공격 금융권 전역으로 확산, 5대 은행 넘어 저축은행까지 피해
AI 기술을 활용한 해킹 공격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5대 은행을 넘어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금융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보안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AI를 역으로 활용한 선제적 보안 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공격으로 인한 금융권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금융권 전반에 걸친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주요 시중은행에 국한되지 않고 저축은행, 캐피탈사, 상호금융 등 금융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스템 전체의 보안 취약성을 드러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금융기관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 현대캐피탈, 예가람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다양한 규모의 금융회사들이다. 신한은행에서는 지난 1~2일 해킹으로 고객 2만 5729명의 정보가 유출되었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도 각각 119명, 89명의 고객정보가 노출되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예가람저축은행에서 지난달 30일 약 4만 명의 개인정보(성명, 생년월일, 연락처 등)가 유출되었고, 현대캐피탈에서도 대출모집인 146명의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것이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법인고객 약 2200개사의 정보 유출이 확인되었으며, 새마을금고와 농협상호금융에서도 은행권을 공격한 것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인터넷주소(IP)로부터의 접근 시도가 적발되었다.
AI를 활용한 해킹 공격의 특징은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같은 핵심 금융거래망이 아닌 대출모집인이나 외부영업직원 등이 사용하는 주변업무시스템을 집중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공격자들은 여러 금융회사의 외부시스템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후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부분을 찾아 침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일부 공격에서 동일한 인터넷주소(IP)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동일인물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대규모 사이버 공격일 가능성을 시사하며, 금융권의 보안 위협이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닌 지속적인 위협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인간이 놓친 보안 취약점을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충남대학교 류재철 교수는 "AI는 인간이 간과한 취약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유사한 공격이 향후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AI를 활용해 먼저 취약성을 찾아내고 차단하는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방어적 보안 강화를 넘어 공격자의 수법을 먼저 파악하고 대비하는 선제적 보안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현재의 보안 시스템만으로는 AI를 활용한 고도화된 사이버 공격을 막기 어렵다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회사들의 보안 보고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규정에서는 사고 인지 후 24시간 이내에 초기 보고만 하면 되는데, 금융회사들이 제재나 평판 악화 등을 우려해 내부 확인에 시간을 소비함으로써 초동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해킹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이버 공격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피해 최소화를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금융권 전체에 대한 보안 감시를 강화하고, 금융기관별 맞춤형 보안 지침을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AI 해킹 공격 사태는 금융권의 디지털 보안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5대 시중은행에서 시작된 공격이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금융권 전역으로 확산된 것은 금융기관 간 보안 수준의 격차가 상당함을 의미한다. 앞으로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은 AI 기술을 역으로 활용한 선제적 보안 강화, 신속한 사고 보고 체계 개선, 금융기관별 맞춤형 보안 지원 등을 통해 고객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