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에 무너진 나고야 아시안게임, 운영 대참사로 국제 신뢰 추락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입국 등록 오류, 숙박 혼란, 수송 체계 마비, 경기장 운영 실수 등 크고 작은 문제로 몸살을 앓으면서 국제종합대회의 기본 운영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선수촌 대신 컨테이너·크루즈선·호텔을 분산 수용하고 일부 종목을 도쿄에서 개최한 결과 현장 관리의 난도가 급증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국제종합대회의 기본적인 운영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말았다. 선수단 입국부터 숙박, 훈련장 이동, 경기 진행과 시상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문제가 연쇄적으로 터져나왔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선수와 임원으로 많은 국제대회에 다녔지만 이처럼 문제가 많은 대회는 처음"이라며 운영에 'F급' 평가를 내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대회의 운영 부실은 단순한 현장 실수를 넘어 기본적인 계획 수립과 실행 능력의 부족을 드러냈다.
대회 운영의 출발점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태국 등 여러 국가의 선수단이 입국 과정에서 시스템 등록 문제로 수시간씩 대기해야 했고, 일부 선수들은 공항 바닥에서 잠을 청하기까지 했다. 개막 전 웰컴 세리머니도 약 1시간 30분이나 지연되면서 각국 대표단이 현장에서 장시간 기다려야 했다. 이는 국제 대회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위원회가 기본적인 일정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숙박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조직위원회는 당초 예상보다 참가 인원이 늘어나자 별도의 대규모 선수촌을 짓는 대신 나고야항의 컨테이너형 숙소, 크루즈선, 일반 호텔 등에 선수단을 분산 수용했다. 수영과 승마 등 일부 종목은 도쿄에서까지 열렸다. 개최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대가는 컸다. 컨테이너형 숙소에서는 좁은 침대와 누수 문제가 불거졌고, 크루즈선에서는 남녀 선수의 객실 배정이 뒤바뀌는 황당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베트남 선수단이 잘못된 호텔에 내려지거나 인도 사격 선수들이 경기장까지 7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등 숙박과 이동을 둘러싼 불만이 잇따랐다. 선수단이 머무는 곳과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여러 지역으로 나뉘면서 현장 관리의 난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수송 체계의 마비였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훈련 차량이 오지 않아 예정된 슈팅 훈련을 하지 못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조직위의 수송 체계를 믿을 수 없어 자체적으로 차량을 마련해야 했고, 베트남 대표팀은 셔틀버스가 1시간 15분 늦게 도착하면서 경기가 30분 지연됐다. 카타르 축구 대표팀이 경기장이 아닌 인근 야구장으로 이동하는 일도 있었다. 대회 후반에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버스가 엉뚱한 경기장으로 향하면서 훈련이 무산됐는데, 확인 결과 한국 선수단이 타야 할 버스에 파키스탄 선수단이, 파키스탄 선수단이 타야 할 버스에는 한국 선수단이 잘못 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도 약 30분 지연되는 피해를 입었다. 조직위는 이를 현장 스태프의 "단순한 실수"라며 공식 사과했지만, 이는 국제 대회의 기본 운영 능력마저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경기장 내에서도 기본적인 운영 실수가 반복됐다.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남자 하키 경기에서는 한국 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울려 퍼졌고, 근대5종 시상식에서는 한국 선수가 잘못된 국가명으로 소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국가 주권과 국제 외교 관계가 얽힌 매우 민감한 문제들이었다. 크루즈선 접안 기념행사에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연상시키는 인물이 등장해 대한체육회가 항의했고, 일본과 대만의 야구 경기에서는 욱일기 반입을 둘러싼 안내와 사과가 이어졌다.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역사와 외교적 감수성이 결여된 운영 체계의 문제를 드러냈다.
일본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단순한 현장 실수로만 보지 않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언론을 통해서는 2020 도쿄올림픽 관련 비리 사건 이후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 운영 경험을 가진 인력과 조직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면서 운영 노하우를 새로 구축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올림픽위원회 측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선수와 관계자가 참가한 것이 운영을 어렵게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지만, 버스 배정을 뒤바꾸거나 경기장을 잘못 찾아가는 문제까지 참가 인원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타당하다. 예상 밖의 변수를 감당할 수 있는 수송, 숙박, 현장 통제 체계를 갖추는 것 역시 국제종합대회 운영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기본적인 인프라 투자를 외면한 결과가 국제 신뢰도 추락이라는 대가로 돌아온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