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확정 안 된 한국 투자 또 기정사실화…84억달러 원유사업 주장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84억달러 규모 원유 회수 증진 프로젝트 합의를 주장했으나, 구체적 내용이 불명확하고 실제 합의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달 알래스카 LNG 사업과 유사하게 확정되지 않은 투자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에너지 투자 협력을 놓고 실제 합의되지 않은 사업들을 잇따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과의 합의에 84억달러(약 11조3000억원) 규모의 '원유 회수 증진(EOR)' 프로젝트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과의 딜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원유 회수 증진 프로젝트에 84억달러"라고 적었다. 다만 해당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 투자 주체, 사업 장소 등은 명시하지 않았으며, 한·미 양국이 실제로 이 사업에 합의했는지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원유 회수 증진 기술은 생산량이 감소한 유전에 이산화탄소 등의 물질을 주입하여 압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남은 원유를 추가로 생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석유와 가스 생산 증대는 미국의 에너지 패권과 미래 세계 에너지 안보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사업이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를 지칭하는지, 실제 투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달 30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을 둘러싼 논란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한국의 첫 대미 투자 프로젝트들을 발표하면서 아직 투자 여부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알래스카 LNG 사업도 마치 합의가 완료된 것처럼 발표했다. 미국 측은 한국이 이 사업에 약 54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자료에는 양국이 해당 사업에 대해 '검토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만 명시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사업성 검토와 국내법상 요건 충족 여부를 먼저 판단한 후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표가 정치적 목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 발표에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댄 설리번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이 참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설리번이 해당 사업을 오랫동안 추진해왔다며 그의 역할을 크게 부각했다. 미국 통신사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형 투자 프로젝트 발표를 격전지 공화당 후보들을 부각하는 데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간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시점에서 경제와 투자 성과를 집중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공화당 진영의 사기를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의 경제 평가가 좋지 않은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2%로 해당 조사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실시된 AP-NORC 조사에서도 경제 운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6%, 생활비 문제 대응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대규모 투자 협력을 부각시키는 것은 침체된 경제 평가를 개선하려는 정치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상사태 선포나 내란법 발동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