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 국책은행 300억 투자까지 도마 위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제작진의 책임 있는 태도 부재를 비판하고,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투자한 300억원대 자금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확산하면서 정치권의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영화 제작진과 배우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국책은행의 투자 규모까지 공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허진호 감독의 이 영화는 지난달 23일 개봉했으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 주요 배우들이 출연했다.
주진우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화 제작진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암살자들' 감독, 배우, 관계자들이 박정희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등의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이를 최근 청룡기 고교야구 대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가를 불렀다가 사과와 묘역 참배, 징계까지 받은 배재고등학교 학생들과 비교하며 "고등학생들은 이미 다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좌파 패륜 영화에 상처받은 유족과 국민이 보시기엔 그들은 아직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국책은행의 투자 규모이다. 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영화 '암살자들'에 직접 투자한 규모는 24억원이며,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는 282억원을 투자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은행이 영화에 20억원을 투자했고, 산업은행은 펀드 출자를 통해 4억원을 투자했으며, 두 국책은행이 참여한 펀드를 통해 제작사에 총 282억5000만원이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국책은행이 논란의 대상이 된 영화에 300억원대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미로, 정치권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주 의원은 산업은행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 동기이자 친구라며 정부의 외압이나 청탁 유무를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추격극이다. 당시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북한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실패했고, 박 대통령 옆에 있던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세광은 같은 해 12월20일 사형에 처해졌으며, 이후 일각에서는 '문세광이 아닌 경호원이 육 여사를 쐈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화는 이러한 의혹과 가설들을 다루면서 중앙정보부가 기자와 형사의 수사를 방해하는 장면 등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서사를 펼쳐나간다.
영화 개봉 이후 일부 장면과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여러 가설을 제시하는 설정이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러한 비판은 국민의힘 인사들의 연이은 언급으로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확산되었다. 이에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존중한다"며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명시했다. 또한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이며 "창작의 산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역사 해석과 창작의 자유 사이의 경계를 두고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책은행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영화의 역사적 정확성과 국민 세금의 사용 목적을 둘러싼 논쟁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제작진 측은 창작의 자유를 강조하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