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실장 교체, '민생 중심' 경제정책 전환 신호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를 통해 정부가 경제 성장에서 민생 회복으로의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불안, 물가 상승, 청년 고용 악화 등 현실의 경제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책실장의 조율자 역할과 내각의 자율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비서관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지난달 1일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사퇴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의 인사다. 후임 경제성장수석에는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발탁됐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를 통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성장의 흐름을 민생 회복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현 정부 첫 경제성장수석으로 혁신성장과 산업정책을 맡아온 하준경 신임 실장은 기업 혁신을 통한 성장 제고를 연구해온 경제학자 출신이다. 청와대 측은 하 실장이 성장전략과 함께 주거, 일자리, 서민금융 등 3대 사회정책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임 정책실장의 임명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한다. 하준경 실장은 기업 혁신과 산업정책이라는 거시적 성장 전략에 정통한 인물로, 그간 수출과 성장률 같은 거시 지표 개선에 주력해온 정부의 방향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주거와 일자리, 서민금융 같은 민생 정책까지 직접 주도하겠다는 입장은 체감경기 악화에 대한 정부의 위기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에서 산업·에너지 정책을 담당해온 문신학 신임 수석은 메가프로젝트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는 통계와 현실의 괴리가 심각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경제 문제는 어느 정도 안정돼 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체감 현장은 다르다. 서울 아파트값이 86주 연속 상승하고 있으며, 전월세 가격도 심각한 매물 부족으로 인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3고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수출과 성장률 같은 거시 지표는 양호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내수와 서비스업은 부진하고 있으며, 청년 고용 한파가 계속되는 등 경제 성장이 일부 산업과 계층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 정책은 세제 개편 등 임시방편으로 일관했고, 거칠게 밀어붙인 증시 부양책은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과 불안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과정에서 세심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부분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실장의 역할 정의다. 과거 정책실장이 전면에 나서 내각을 지휘하면서 장관들의 존재감을 지우고 내각 전체가 청와대만 바라보게 만들었던 폐단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준경 신임 정책실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책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각이 소신껏 현장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조율자로서의 역할이다. 부동산 불안 해소, 물가 안정, 청년 고용 개선 등 민생의 절박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장관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책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현 정부가 '일하는 내각'을 표방하는 만큼, 정책실장은 내각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참모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성장 지표의 개선과 민생 체감의 회복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만이 정책의 진정한 성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