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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 형사처벌 가능할까…법원의 판단 기준은

역사 왜곡 논란으로 고발된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법원은 역사드라마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작품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표현의 자유와 사자의 명예보호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고발된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육영수 여사가 숨진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일부 장면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내용이 등장한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영화가 사자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은 제작진을 유족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법적 요건은 까다롭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과 명예훼손의 고의가 문제된다. 특히 사자명예훼손은 친고죄이기 때문에 고인의 친족 등이 고소해야만 형사처벌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핵심 쟁점은 영화 속 내용이 단순한 창작적 설정이나 의견 표현을 넘어 법률상 '허위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판단 기준이 훨씬 복잡하다. 그동안 법원은 창작물의 특정 장면만 떼어내기보다 작품 전체의 성격과 허구화 정도, 역사적 인물의 비중, 적시된 내용의 성격,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단해왔다. 2010년 대법원이 내린 KBS 드라마 '서울 1945' 제작진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사건의 판결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드라마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가 친일경찰을 통해 정판사 사건을 해결한 것처럼 묘사한 장면이 등장했고, 유족 측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작진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드라마에서 해당 장면은 특정 부분에 불과했고, 실존 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보다 가상 인물에 의한 허구적 내용이 더 많은 작품이라는 점 등을 들어 구체적인 허위사실이 적시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역사드라마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작품의 일부 내용만 따로 떼어내기보다 작품 전체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명시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인물 및 유족의 인격적 이익 사이의 충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암살자(들)'의 경우 영화 속 일부 대사가 실제 역사적 사실을 단정한 것인지, 아니면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창작적 가설이나 극적 설정인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영화가 시작 단계에서 등장인물과 구체적인 사건이 일부 각색됐다는 취지의 안내를 했다면, 작품 전체가 허구를 포함한 창작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정으로 고려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러한 문구가 있다고 해서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법적 책임이 자동으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처벌 가능성과 별개로 유족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로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유족의 법적 이익과 충돌한 사례가 있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둘러싼 소송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는 영화가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다. 2006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화 상영 자체를 금지할 정도의 침해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박씨의 아버지에 대한 경애와 추모 감정이 침해됐다고 보고 제작사에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항소심에서는 양측이 조정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암살자(들)'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법원이 표현의 자유와 사자의 명예보호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맞추는지에 달려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