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I 규제 거부하고 '자율규제' 협약만 체결···중국과의 경쟁 강조
트럼프 대통령이 AI 기업 수장들과 백악관에서 회동했으나 강제적 규제 도입은 거부하고 자율규제 협약만 체결했다. 미국의 중국과의 경쟁 우위 강화를 최우선으로 두며 AI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한편, 정부 서비스 통합 플랫폼 출시로 AI 활용을 추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 안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수장들을 백악관에 소집했지만, 결국 강제적 규제 도입은 거부하고 자발적 감시·감독 협약 체결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앤트로픽, 엔비디아, 메타, 오픈AI 등 주요 AI 기업 최고경영진 약 20명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가진 후 "현행 법률만으로도 AI의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에 충분하다"며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 도입을 명확히 거부했다. 이는 인간 통제를 벗어난 초지능 AI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산업 육성과 안전 규제 사이의 긴장 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대안은 기업들의 자율 규제였다. 오찬에 참석한 AI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강력한 감시·감독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도덕적으로 구속력 있는 문서"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행정부가 감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위원회에 10명 정도를 두고 전체 AI 사업을 감독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감독 체계가 실제로 강제력을 갖춘 규제로 작동할지는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다.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한 지역사회 영향에 대해서는 "AI 기업들이 재정적, 기타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규제 문제보다는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했다. "슈퍼지능(SI)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일 뿐 3위는 없다"며 "우리는 중국에 앞서고 있고, 앞으로도 그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산업혁명보다 더 커질 슈퍼지능의 성장을 억누르고 싶지 않다"며 규제보다는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AI 기술 개발의 속도를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AI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슈퍼지능'으로 용어를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기술을 활용한 정부 서비스 혁신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출시된 연방 정부 '원스톱 서비스' 챗봇 웹사이트 '아메리카닷거브'는 2만9000개에 달하는 미 연방 정부 기관 사이트의 각종 서비스 및 민원 정보를 한 곳에서 제공한다. 스페이스X AI의 그록과 구글의 제미나이 등 2개의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이 플랫폼에서는 여권 갱신, 메디케어 가입 신청, 캠핑장 예약, 학자금 대출 현황 조회 등을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연방 정부 기관이 대민 서비스를 아메리카닷거브와 통합하도록 지시하는 역사적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정부 디지털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웹사이트 출시가 "야심 찬 아이디어이지만 새로운 건 아니다"라며 "인터넷 초기 클린턴 행정부에서 시작해 각 행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연방 정부 원스톱 포털을 구축하려 시도해왔지만, 결과적으로 디지털 발자국만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 디지털 서비스 초대 국장을 지낸 마이크 디커슨도 "단순히 정부 웹사이트 링크를 색인하는 것 이상을 해내는 단일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달과 별을 따주겠다고 약속했다가 결국 예전에 모두가 해왔던 것과 같이 반쪽으로 쪼개진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걸 누군가 알아차리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는 장밋빛 미래와 현실의 괴리가 얼마나 클지는 향후 추진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