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 '암살자들', 평론가 영상까지 비공개 전환
1974년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리뷰 영상까지 비공개로 전환됐다. 영화의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 정확성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정치권의 개입과 법적 대응까지 이어지고 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확산되면서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리뷰 영상까지 비공개로 전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제작진은 지난 29일 공식 입장을 통해 "영화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9월 25일에 업로드된 리뷰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심각한 논쟁이 벌어졌으며, 평론가의 리뷰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된 것은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이는 영화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긴장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는 해당 리뷰에서 '암살자(들)'에 별점 5점 만점에 3점을 부여하면서 "사건의 흐름과 틈새를 밀도 높게 파고드는 시선"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영상 중간에 영화 속 총성 횟수와 당시 공식적으로 알려진 총성 횟수의 차이를 언급하며 "단순히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 없다"와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 되었다. 이 발언은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정권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평론가의 중립적인 영화 평가가 역사 해석 문제로 확대되면서 예술 평론의 영역을 넘어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였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암살자(들)'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 주요 배우들이 출연했다. 지난 23일 개봉한 이후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하되,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문세광이 조총련에 포섭된 후 북한 공작지도원으로부터 저격 지령을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문세광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영화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비화된 것은 영화가 공식 발표와 다른 해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사건에 또 다른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과 정권의 개입 가능성 등을 암시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에 제작진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하여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정치적 목적을 두고 제작한 작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의 여파는 영화 출연진과 관련 콘텐츠 제작자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주연 배우들과 VIP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들에게 비판과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으며, 구독자 약 417만 명을 보유한 영화 유튜버 지무비도 '암살자(들)' 리뷰 영상을 삭제했다. 더욱이 정치권에서도 영화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영화 논란을 직접 거론하며 표현의 자유가 특정 진영에만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적 대응도 진행 중이다.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는 영화의 역사 해석이 단순한 문화 논쟁을 넘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의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의 정확성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설정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 문제는 앞으로 문화계와 정치권 모두에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