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붐에 K기업들 전력 인프라 시장 선점 경쟁
국내 LS전선,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2025~2028년 미국 송전망 투자 1780억 달러 규모의 기회를 포착한 국내 기업들이 전력 설비 신제품 개발과 생산 시설 확대를 추진 중이다.

미국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S전선,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에너지 공급부터 전력 기반 설비 구축까지 전 업종에 걸쳐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급성장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조기 시장 선점을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S전선과 LS머트리얼즈는 29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데이터센터 월드 아시아 2026에 참가해 AI 데이터센터용 핵심 설비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서버 관리장비인 서버랙 내부에 전력을 분배하는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 강도를 높였다. 종전에는 데이터센터 전력망에서 서버랙까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이제는 서버랙 내부까지 전력 분배 기술을 확대하며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 LS전선과 협력하는 가온전선도 북미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대용량 전력을 서버랙 주변까지 전달하는 사업을 전개해왔으며, 미국 생산법인 LSCUS를 통해 가공선 생산설비 투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는 종전의 배전 중심 사업에서 송전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1단계 증설을 다음달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2단계 증설을 마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 증가가 배경이다. 미국 에디슨전기협회에 따르면 현지 전력회사들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송전망에 1780억 달러, 약 242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확대, 신규 발전원 연결 등으로 인한 송전망 투자 수요 증가를 반영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투자 기회를 통해 발전소 내부 전력망부터 송전망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향후 LS그린링크의 초고압 해저·지중케이블 사업과의 시너지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원전 투자 확대에 대비해 원전용 케이블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직류 송배전 등 고효율 전력 생태계 구축을 위한 활동도 가속화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7월부터 천안사업장에 세계 최초로 100% 직류 배전을 도입한 천안 DC팩토리를 가동하고 있다. 직류 배전은 전력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로,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자체 생산하는 반도체 변압기, 반도체 차단기, 에너지저장장치 등 직류 전용 핵심 기기를 바탕으로 설계부터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표준을 만들고 있다. 배채윤 LS일렉트릭 기반기술연구단장은 천안 DC팩토리의 전력 사용량이 아직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보다 규모는 작지만, 설계 관점에서 배전 기술의 완성도는 최고이자 최종 단계라며 이미 다양한 분야 기업과 기관들로부터 기술 문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과 LG에너지솔루션도 AI 인프라 확장에 대응하며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직류송전 변압기 생산 시설을 구축했으며, 2024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200메가와트급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 기술을 한국전력 양주변전소에 설치하며 기술 역량을 입증했다. 초고압직류송전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류로 송전하는 기술로, 전력 손실이 적고 더 많은 전력을 보낼 수 있어 차세대 송전 기술로 평가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엔비디아 AI팩토리 생태계에 진입했다. 지난 22일 엔비디아의 DSX 레디 배터리 저장장치 파트너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고용량 리튬인산철 기반 제품으로 높은 에너지 효율과 긴 수명을 갖춘 제품을 승인받았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구글의 전력 사용량은 지난해 37%, 마이크로소프트는 24% 증가했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올해 221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391테라와트시로 약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급증하는 전력 수요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공급 능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