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뉴스나우
경제

AI 독점 심화로 민주주의 위협 커진다

AI 산업의 확대로 미국과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극소수 거대 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면서 민주주의 체제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반독점 규제가 약해지고 기술 엘리트 중심의 권력화가 진행되는 추세가 주목된다.

AI 독점 심화로 민주주의 위협 커진다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동시에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는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들의 초현실적 AI 인프라 투자가 경제성장률에 3분의 1 이상을 기여하고 있으며, S&P500 지수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경제 현상을 넘어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거대한 AI 시설 투자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크게 끌어올렸고, 이로 인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최대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만의 TSMC나 중국처럼 AI 산업의 성장 기여도가 높은 국가들도 있지만, 한국과 미국만큼 AI 산업에 경제 특수를 크게 의존하는 국가는 드물다. 다만 AI 투자 효과를 넘는 실질적인 생산성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과도한 투자 경쟁이 언제 거품 붕괴로 돌입할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만약 큰 폭의 투자 조정이 일어난다면 그 충격 역시 한국과 미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 논쟁과 산업 영향력 논쟁을 넘어 반드시 주목해야 할 핵심 이슈는 독점 문제다. 현재 AI를 중심으로 미국 경제를 견인하는 주체는 AI 연산 장비를 거의 독점 공급하는 엔비디아, AI 데이터센터를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그리고 기업공개 이전에 이미 기업가치가 1조달러를 넘긴 오픈AI와 앤트로픽 등이다. 한국에서도 재계 1·2위의 삼성과 SK가 AI 산업의 핵심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극소수 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은 이미 반도체와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세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AI 확산은 이를 더욱 빠르게 극점까지 끌고 가고 있다.

흥미롭게도 미국과 유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적극 추진해왔다. 2024년 구글을 상대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크롬 브라우저의 분할을 요구한 미국 법원 결정이 대표적이며, 유럽도 디지털시장법을 제정하는 등 강력한 규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AI를 둘러싼 속도전과 이를 적극 옹호하는 트럼프 정부의 등장으로 실리콘밸리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는 노력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2025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정부 관료들을 제치고 대통령 가족 바로 뒷줄에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등 실리콘밸리의 조만장자들이 자리한 모습은 미국 경제와 정치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다.

한때 자유와 다양성, 민주주의를 표방했던 실리콘밸리는 극소수 AI 거대 독점체의 경제권력 크기에 비례해 점점 극우와 테크노 파시즘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팔란티어 창립자인 피터 틸은 이미 2009년 자유와 민주주의가 공존할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현재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을 명분으로 트럼프 정부와 한 몸이 되어 AI 관련 인력과 기술, 자원과 에너지를 엄청나게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은 공공연하게 공공시스템과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대신 AI를 앞세운 기술 엘리트 집단이 지배하는 세상을 꿈꾼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는 너무 느리고 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제도이므로 과학을 최적화하려면 선의의 기술 관료가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AI가 유발한 보이지 않는 제도 효과는 독점을 매개로 민주주의의 잠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초지능이나 AI로 인한 종말론적 파국을 말하는 동시에, 이를 대처할 처방도 자신들의 소임으로 자임하고 있다. 미국 역사학자 퀸 슬로보디언은 기술 거대 기업들은 민주주의를 신경 쓰지 않을지 모르지만, 민주주의는 그들을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AI 기술 담론 뒤에 숨은 독점과 권력 문제를 직시해야 할 시점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