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고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전 서울시의원이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여당 일부 의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제작진은 영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라 반박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29일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대표, 작가 등 제작진을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영화가 1974년 8월15일 발생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문화계와 정치권에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고발의 핵심은 영화의 제목과 내용 구성에 있다. 이 전 시의원은 영화 제목을 복수형인 '암살자(들)'로 정한 것이 문세광 외에 다른 암살 주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건은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총을 발사했고, 이 과정에서 총탄에 맞은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수사당국은 문세광이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지령을 받고 박 전 대통령 저격을 시도하다가 벌어진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이 전 시의원은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 배후에 있었거나 범행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인은 이것이 단순한 영화적 표현을 넘어 법적 책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나아가 유족들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까지 저하할 정도에 이른 경우 유족에 대한 별도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의원은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도구로 한 문화적 살해이며, 유족들에겐 문화적 폭력"이라고 표현하며 강한 비판 의사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여당 일부 의원들도 가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비판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특정 인물을 다루는 기준이 상이하다는 주장으로, 역사 해석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 편향성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 왜곡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제작진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제작진 측은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명확히 했다. 이는 영화가 순수한 창작물이며,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구분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문화 콘텐츠의 책임 범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 보호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 영화적 상상력이 어느 수준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경찰 수사와 법적 절차를 통해 이 논쟁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