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 대사관 지하에 비밀감옥 운영...초국가적 억압 적발
국제 인권단체가 북한이 중국 베이징 대사관 지하에 비밀감옥을 운영하며 탈북 시도자와 체제 비판자들을 불법 구금·고문해왔다고 적발했다. 북한은 국제법을 위반하면서도 중국 당국의 묵인 속에 초국가적 억압을 자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인권조사 단체가 북한이 중국 베이징의 주중 대사관 건물 지하에 불법 구금시설을 운영해왔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복수의 증언을 토대로 베이징 차오양구 북한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하를 '블랙사이트'로 지목했다. 블랙사이트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람을 감금하는 비밀 구금시설을 의미한다. 이는 외교 공관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초국가적 억압 실태를 고발한 두 번째 조사 결과로, 국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해외 외교공관마다 국가정보국 고위 간부인 '안전대표'를 파견한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영사 직함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정보지도원들을 활용해 정해진 동선을 벗어나거나 연락이 끊긴 자국민을 추적·체포하고 송환하는 불법 작전을 지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추적 대상은 고위 관료, 경호부대원, 무기 전문가, 과학기술자, 해커, 외교관, 유학생, 해외 파견 노동자와 관리자 등 다양한 계층에 걸쳐 있다. 북한 당국이 이들을 추적하는 이유는 탈북 시도, 체제 관련 민감한 정보 보유,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의 동선이나 사생활 파악 등으로 알려졌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추적 대상이 북한 주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관계자들의 기밀 조직 운영이나 대북 제재 위반 사업에 관여한 외국인, 탈북자를 돕는 한국인, 북한에 외부 정보나 종교를 전달하는 중국인 등도 포함된다. 중국 외 지역에 파견된 북한 주민이 망명 조짐을 보일 경우, 북한 당국은 거짓 핑계를 대며 베이징으로 소환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소환된 인물들은 도착 즉시 블랙사이트에 감금되어 반복적이고 가혹한 취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 노동자 관리자는 TJWG에 대사관에서 최소 1주일에서 최대 1개월간 초보 수사가 진행된 후 북한으로 귀국하면 추가 처벌을 받는다고 진술했다.
국제법 위반 문제도 심각하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은 주재국인 중국의 법령을 존중할 의무가 있으며, 중국 당국은 북한 측이 중국 법령을 위반할 경우 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더욱이 1998년 중국과 북한이 수정·갱신한 합의서에는 양국이 상대국 영토에서 직접 수사나 체포 활동을 할 수 없으며, 필요한 경우 상대국에 수사·체포를 의뢰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러한 국제법 규정을 위반하면서 중국 내 불법 구금시설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탄압은 심각한 국제범죄일 뿐 아니라 중국의 사법주권과 적법절차도 훼손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동 단체는 국제사회가 중국에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는 북한의 초국가적 억압 행위에 대한 국제적 문제 제기가 어느 정도 수면 위로 올라왔음을 의미하며, 향후 중국 당국의 대응 방식과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국제법과 자국 법령을 근거로 북한의 불법 활동을 제재할지, 아니면 현재처럼 묵인할지가 국제 인권 문제의 해결 방향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