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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재제청 거부 사태, 여야 충돌 격화…국감 증인 채택 강행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다음 달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하자, 국민의힘은 이를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대법관 재제청 거부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국회 차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 소강 상태를 보이던 대법관 재제청 거부 사태를 둘러싼 여야 간의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다음 달 국정감사의 일반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하면서 사법부와 입법부의 권력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진행된 이번 결정은 국민의힘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으며, 사법권 독립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면으로 대립하는 계기가 됐다.

법제사법위원회는 28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대법원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부르는 안건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증인 채택 사유를 '대법관 제청 장기 미이행으로 인한 위헌 상태 초래'로 명시했다. 이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대법관 제청을 받고도 재제청하지 않은 상황이 헌법상 규정된 대법관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해 위헌 상태를 야기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법원행정처에 재제청 여부를 문의했을 때 법원행정처가 재제청하는 것이 맞다고 하니까 조 대법원장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며 "당연히 대법원장을 불러서 왜 거부했는지 물어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증인 채택 결정을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은 회의 도중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항의했으며, 결국 회의장을 퇴장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여야 간사가 합의한다는 국회법 규정이 요식 행위로 전락했다"며 비판했고, 김태규 의원은 "대법원장을 불러 신문하는 선례는 없었으며, 이는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조치가 대법원장을 창피주고 압박해 사직하도록 만들려는 의도라고 주장하며,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법치주의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민주당의 공세를 강하게 질타했다. 장동혁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를 정권 발아래 무릎 꿇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조 대법원장이 선택할 길은 이재명 재판 재개뿐이라고 촉구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조 대법원장에 대한 대법관 재제청 압박이 본질적으로 모든 대법관을 대통령 입맛대로 임명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을 없애려는 시도의 연장선이라고 질타했다. 이는 현 정부의 사법부 영향력 확대 시도에 대한 민주당의 저항과 국민의힘의 이를 정당화하려는 주장이 근본적으로 대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사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권에서 제기한 '조희대 격노설'을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 박균택 의원이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조 대법원장이 화를 내면서 버텼느냐"고 묻자, 노 처장은 "저에게 격노하신 적은 없다"고 명확히 답했다. 노 처장은 법원행정처가 여러 가지 방안을 보고했을 뿐 재제청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특정 방안만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께서 현재 제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대법원장에게 스스로 제청을 철회하고 다른 분을 제청해 달라고 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대법관 공석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에 있다. 민주당은 헌법에 정해진 대법관 정원을 채우지 못한 상태가 위헌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증인 채택 안건 외에도 응급의료법 개정안 등 법안 50여건을 의결했으나, 사법부와 입법부 간의 권력 관계를 둘러싼 이번 사태가 앞으로 국정감사 과정에서 어떻게 전개될지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