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충돌 회피하되 전략경쟁은 계속...전문가들 '체면 세우기' 평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두고 전문가들은 양국이 충돌을 회피하면서 경쟁을 관리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이 서로 체면을 세워주는 가운데 시 주석이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 이미지를 확보했지만, 근본적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에서 24일 정상회담을 가진 가운데, 미·중 관계 전문가들은 양국이 직접적 충돌을 피하면서 경쟁을 관리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양국 지도자가 국내 정치 상황을 의식해 서로 체면을 세워주는 자리였으며, 동시에 시 주석이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확보하는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양국이 무역전쟁 휴전 연장과 인공지능 대화 개시 등을 통해 관계 안정의 틀을 실질적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왕융 교수는 27일 중국 잡지 '중국보도'에 기고한 글에서 미·중 양국이 정책적 행동을 통해 관계 안정의 틀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외교협회의 중위안 조이 류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양국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가 완전한 화해가 아니라 '세심하게 관리되고 안정화된 대결'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미·중 관계가 근본적인 대립 구도를 유지하면서도 직접적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의 상징성과 실질적 성과 사이에 간격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 인민대학 스인훙 교수는 경제·무역 분야의 결과를 '긍정적이지만 결정적 의미를 갖지는 않는 결과'라고 평가했고, 대만대학 밍쥐정 명예교수는 '형식이 성과보다 컸다'고 봤다. 밍 교수는 이번 회담이 미국의 중간선거와 중국의 국내정치라는 양쪽의 필요에 의해 서로 체면을 세워주는 자리가 됐다고 분석했다. 미·중 정면충돌의 가능성이 줄어들었지만, 양국 간 근본적인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왕훙런 대만 성공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양국이 3차례 정상회담을 한 뒤에도 공동성명을 내지 않는 점을 들어 무역과 기술 경쟁, 대만 문제 등에서 실질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에 던진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라'는 요구는 고도의 전략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중국프로그램 선임국장은 '견지'라는 표현을 두고 베이징이 트럼프가 이미 자신들의 대만 관련 레드라인 일부를 받아들였다고 믿는다는 인상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선호하는 언어로 정상회담을 점점 감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만 담강대학 양안관계연구센터 장우웨 수석고문은 시 주석의 대만 문제 거론이 레드라인을 강조하는 데 있으며, 이는 빅딜이 아니라 이견을 관리하고 충돌의 격화를 피하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개월 사이 3차례 만났으며, 올해 연말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와 주요20개국 정상회의 등을 통해 최소 2차례 더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잦은 왕래를 통해 정상 간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이를 전략경쟁의 완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잦은 만남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지타운대학의 에번 메데이로스 교수는 이번 국빈방문의 극진한 의전 등으로 시 주석이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얻는 효과가 있었으며, 이것이 중국의 힘을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긴장 완화 국면이 한시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푸단대학 미국연구센터 우신보 주임은 올해 말까지는 미·중 관계가 '안정 속 진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으나,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거쳐 내년 초 새롭게 꾸려진 미국 의회가 활동을 시작하면 미·중 관계가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새 의회의 대중국 입장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향후 주요 변수로 꼽았다. 현재의 안정 기조가 중기적으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국 내 정치 변화에 크게 달려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