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심장의 승리'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신장 열세를 활동량과 투지로 극복하며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주축 선수 부재 속에서도 집단 수비와 팀워크로 중국, 일본을 꺾은 '심장의 승리'이지만, 고등학교 여자농구팀이 20곳 미만인 현실은 여자농구의 저변 확대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신체 조건의 열세를 투지와 활동량으로 극복하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2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은 한국 대표팀의 우승은 단순한 메달 획득을 넘어 키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승리로 평가된다. 특히 주축 선수들의 부재 속에서도 '원팀'의 힘으로 우승을 이룬 만큼, 한국 여자농구의 저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대표팀이 극복해야 했던 가장 큰 도전은 신장 차이였다. 준결승에서 맞닥뜨린 중국의 장쯔위 선수는 223센티미터의 거대한 체격을 자랑했다. 이는 한국 남자농구 최장신이었던 하승진 선수(221센티미터)보다도 키가 컸다. 182센티미터인 진안, 이해란 선수들이 함께 붙어도 장쯔위는 그들의 머리 위에서 쉽게 패스를 받아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세계랭킹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밀려 있었고, 대표팀의 '기둥' 박지수와 '에이스' 박지현이 모두 빠진 상황이었다. 모든 여건이 한국에 불리했다.
그러나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신장의 열세를 활동량과 집요한 수비로 보완했다. 장쯔위를 막기 위해 2명이 붙어도 부족하자, 대표팀은 3명이 에워싸며 집중적인 집단 수비를 펼쳤다. 4쿼터에는 외곽포까지 폭발하는 공격력을 보여주며 7년 만에 중국전 승리를 거두었다. 이해란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매번 질 생각이 전혀 없이 경기에 임했기에 우승할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말 속에는 신체적 열세를 마음가짐으로 극복하려는 선수들의 담대한 심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번 우승은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최단신 선수였던 타이론 보그스의 명언을 떠올리게 한다. 160센티미터의 키로 2미터가 넘는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NBA에서 14시즌을 버텨낸 보그스는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임을 증명했다. 보그스는 훗날 인터뷰에서 "내 심장은 내 키보다 컸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이번 승리도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주축 선수 부재, 세계랭킹의 열세, 신장 차이 등 모든 조건이 불리했지만, 패배라는 단어를 지운 선수들의 투지와 팀워크가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박수호 감독은 결승전 후 기자회견에서 기쁨 속에서도 한국 여자농구가 처한 현실을 언급했다. 감독은 "여자농구는 황금기라고 볼 수 없으며, 현재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우려한 것은 얇은 선수층과 취약한 저변이다. 여자농구팀이 있는 고등학교가 전국에 20곳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 세대를 위한 기반이 매우 부실함을 의미한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얼마나 귀중한 성과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이번 우승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금메달은 현재의 선수들이 얻어낸 성과이지만, 여자농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꿈나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전국의 여자농구 꿈나무들의 심장을 크게 뛰게 하고, 더 많은 학교에서 여자농구팀이 생겨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농구를 하는 한국 여자농구의 전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