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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부터 종묘 앞 개발까지…서울 구청장들 '주택공급vs문화유산' 갈등 심화

민선 9기 첫 추석을 맞은 서울 구청장들이 주택 공급과 문화유산 보존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용산공원, 세운4구역, 태릉골프장 등 주요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정부, 시, 주민 간 입장 차이가 벌어지면서 구청장들의 중재 역할이 시험받고 있다.

민선 9기 출범 3개월을 맞은 서울의 구청장들이 첫 추석을 앞두고 지역 현안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과 지역 주민의 이익, 문화유산 보존이 엇갈리면서 각 구청장들은 중앙정부와 서울시, 지역 주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출범 100일을 앞두고 주요 공약 이행을 서두르고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용산구의 최대 쟁점은 용산공원 부지의 주택 공급 문제다. 여권에서 어린이정원과 옛 방위사업청 부지, 군인아파트 등 용산공원 외곽에 청년 주택을 짓는 방안을 제시하자 용산구와 서울시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보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군기지 반환부지는 공원화가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외곽 지역에 청년을 위한 주택을 공급할 여지가 있는지 현실을 파악하겠다'는 모호한 입장도 함께 제시했다. 용산구는 외곽 부지 개발이 시작되면 용산공원 전체가 잠식될 수 있고, 무분별한 토사 반출로 공원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미래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도 동의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놓고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1·29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 기존 6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서울시는 학교 용지 확보를 전제로 최대 8000가구까지만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경대 용산구청장은 국제업무지구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교통 등 기반시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기존 규모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강서구에서는 염창근린공원 훼손지에 공공주택 1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두고 주민 반발이 거세다. 지난 11일 강서구 염경중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주민 설명회는 주민들의 항의로 무산됐고, 진교훈 강서구청장도 주민들에게 가로막혀 체육관에 들어가지 못했다. 진 구청장은 주민 의견 수렴 부족을 사과하면서도 장기간 방치된 훼손지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서울시가 공원 복원 계획을 제시한다면 공공주택 개발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노원구의 핵심 현안은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이다. 이재명 정부가 6800가구 공급을 재추진하고 2029년 착공 일정을 제시하면서 오래 표류해온 사업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서준오 노원구청장은 태릉·강릉의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보전하면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화랑로 등 주요 도로망 확충과 백사터널 개통, 지하철 노선 확대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을 함께 추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종로구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보존과 개발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고 38층, 높이 약 142미터의 업무·상업시설을 건설하려 하지만,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경관과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 훼손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었다. 지난 6월 정문헌 전 종로구청장이 퇴임을 앞두고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을 인가하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유찬종 종로구청장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비사업 추진단을 구성해 기존 인가 과정의 법률적·행정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문화유산 보존과 도심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창신9·10구역에서는 행정 절차 속도를 놓고 종로구와 주민 간 입장차가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뉴타운 지정 이후 여러 차례 변곡점을 거친 이 지역은 4400가구 안팎의 주택 공급이 계획돼 있으며, 주민들은 지난 6월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 75% 기준을 충족해 신청을 마쳤음에도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지난달 탄원서 2500장을 제출했다. 유 구청장은 동의율만을 근거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찬반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각 구청장들은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과 지역 주민의 요구,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삼각형의 갈등 속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는 민선 9기 전반에 걸쳐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