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에 한은도 연내 추가 인상 압박…11월 가능성 높아
미국 연준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은행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유가 상승, 높은 성장률에 따른 물가 압력,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환율 상승 등이 인상 요인이나, 취약계층 부담과 양극화 우려로 11월 인상이 유력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은행도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준이 지난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올린 것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 의장 케빈 워시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고 오래 지속됐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9명 중 18명이 올해 말 금리를 현재보다 높게 전망하고 있으며, 12명은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연준의 긴축 정책 전환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핵심 배경이다. 지난 2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금리 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2% 목표로 복귀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 품목을 중심으로 기조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반도체 특수에 힘입은 높은 성장세가 수요측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우려 사항이다.
지난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6.4%에 달해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물가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은은 명목 성장률 급등이 수요 측면에서 물가 압력을 높이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확대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0.7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확대되면서 환율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초 1,560원을 넘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던 환율은 최근 다시 1,370원대로 올라섰다. 서울의 중저가 지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진 점도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한은이 이미 7월과 8월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당분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지난 의결문에서 기존의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8월 점도표에서 제시한 6개월 이후 금리 전망 중간값은 연 3.25%로, 현재 3.00%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쳤다. 만약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10월보다 11월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선제 대응의 파급 효과를 충분히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취약계층의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도 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여러 금통위 위원은 연속 금리 인상에 따라 취약 계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중 채무자 등 취약 차주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금융 건전성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황건일 위원은 양극화 심화 양상과 취약 부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지난달부터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금통위 내에서도 추가 인상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한은의 정책 결정이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양극화 완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