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446억원 배상 판결
서울중앙지법이 2020년 북한이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국 정부의 청구를 전액 인정하며 북한에 446억원 배상을 판결했다. 이는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첫 손해배상 소송으로, 북한의 불법 행위를 공식 인정받은 의미가 있으나 실제 배상금 지급 가능성은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북한이 2020년 6월 무단으로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약 446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재판장 김형철)는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의 청구를 전액 인정했다. 법원은 정부가 청구한 446억2641만원의 배상금을 모두 인정하고, 소송 비용까지 북한이 부담하도록 판시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첫 손해배상 소송으로, 국제법적으로도 의미 있는 판결로 평가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4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한 후 같은 해 9월 개성공단에 설치됐다. 이 시설은 남북 간의 상시적인 소통 창구로 기능하며 평화통일을 위한 신뢰 구축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2020년 6월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연락사무소를 무단으로 폭파했고, 인근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도 반파됐다. 이 사건으로 남북 간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고,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는 계기가 됐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6월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소장에서 연락사무소 건설에 건설업체에 대금을 지급해 준공한 후 국유재산대장에 등록하면서 정부가 적법하게 해당 시설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북한의 폭파 행위를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용인될 수 없는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 간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로 평화통일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 도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법적 논리를 통해 정부는 북한의 책임을 명확히 하려고 노력했다.
재판 과정은 북한의 미응소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초기에는 북한에 소송 서류를 송달하기 어려워 재판이 지연됐으나, 정부가 2024년 12월 공시송달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수용하면서 지난해 4월 첫 변론기일이 열릴 수 있었다. 공시송달은 피고의 주소나 근무지를 알 수 없을 때 법원 게시판이나 대법원 홈페이지 등에 서류 내용을 게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첫 변론기일에서 정부에 손해배상 책임 범위 관련 자료를 보완해 제출하도록 요청했으며, 지난 6월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한 후 변론을 종결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배상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재판에 응하지 않았고, 항소 가능성도 작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판결은 국제법적 관점에서 북한의 불법 행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일부는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며 "정부는 남북 대화가 재개돼 모든 남북 간 문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애초 지난달에 선고를 내리려 했으나, 통일부가 판결 이후 조치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연기를 요청해 이날 선고를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