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증언 거부한 김기현, 로저비비에 가방 전달 사실만 인정
김기현 의원이 로저비비에 가방 전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입·전달 과정 관여를 부인했다. 동시에 법원은 민사·가사소송에서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법정에서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에서 열린 로저비비에 의혹 5차 공판에서 김 의원은 피고인신문을 통해 제한적인 진술만 내놨다. 특히 가방 구입과 전달 과정, 그리고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지원 여부 등에 대한 검사의 질문에는 거의 답변하지 않기로 일관했다.
김 의원이 인정한 것은 아내가 김건희씨에게 가방을 전달한 사실뿐이었다. 재판장이 "아내가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했다는 것을 직접 들었는가"라고 물었을 때 김 의원은 "언론 보도 후에 알았고, 배우자가 직접 '선물을 했는데 예의 차원에서 했다'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구입과 전달 과정에는 전혀 관여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혐의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관여를 부인하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김기현 의원 부부는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된 것을 대가로 같은 해 3월 17일쯤 김건희씨에게 267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가방 1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직급이나 지위를 이용해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인 28일에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이후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법원은 같은 날 민사·가사 소송에서 당사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대폭 강화하기로 발표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 보호조치 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접근성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재판에서 당사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개인정보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이혼소장에 기재된 주소를 이용해 배우자를 살해한 사건 등 소송 과정에서 노출된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법원은 소송관계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신청을 받아 소송기록의 열람·복사·송달 과정에서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2023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이미 관련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당사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활용이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원은 전자소송으로 소장 접수 시 주소 기재란에 개인정보 보호조치 안내 문구를 추가하고, 전자소송포털에 보호조치 신청 절차로 바로 연결되는 아이콘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시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