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68차례 폭행한 고교 운동부 선배 검찰 송치
전주의 고등학교 운동부 선배가 후배를 5개월간 68차례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학교폭력 판단을 거부했으나 경찰은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전주의 한 고등학교 운동부에서 후배를 수개월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선배 학생이 검찰에 넘겨졌다. 피해 학생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5개월 동안 폭행만 68차례에 달했으며, 춤을 추도록 강요한 뒤 이를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상습폭행, 협박, 강요 등 3가지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소셜미디어 명예훼손 혐의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전주덕진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8일 전주생명과학고 운동부 3학년 A군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 학생 B군이 경찰에 제출한 범죄일람표에는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올해 2월 3일까지 모두 68차례의 폭행 피해가 기재되어 있다. 피해 학생은 학교와 체육관, 각종 대회 숙소 등에서 반복적으로 머리와 어깨, 무릎, 허벅지 등을 주먹으로 맞거나 꼬집혔다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 2월 초 밀양에서 열린 배드민턴 대회 숙소에서는 A군이 B군의 머리를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는 고소장 기록도 있다. 피해 측은 이러한 폭행이 거의 매일 반복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행뿐 아니라 후배의 일상을 통제하는 협박과 강요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B군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4시간 이상 돌려주지 않으면서 메시지와 계정, 사적인 대화 내용을 확인하고 B군의 휴대전화로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일상을 통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여러 학생이 지켜보는 학교 강당에서 B군에게 춤을 추도록 강요했고, 이 모습을 촬영해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에 게시했다고 피해 측은 주장했다. B군이 수차례 영상 삭제를 요청했음에도 올해 2월 초까지 영상이 남아 있었으며, B군은 이후 정신과 진료를 받아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피해 측은 경찰에 틱톡 영상 캡처본과 정신과 진단서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그러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이 사건을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교육지원청 학폭위는 지난 6월 해당 사건을 심의하면서 관련 학생들의 진술이 서로 다르고 제출 자료와 목격 학생 진술도 일치하지 않는다며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판단을 거부했다. 경찰이 수사를 거쳐 A군의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에 송치하면서 학폭위와 수사기관의 판단이 엇갈리게 된 것이다. 전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폭위가 경찰 수사와 별개의 절차로 직접적인 수사권이나 강제적인 증거 확보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으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추가 사실이나 증거가 교육지원청과 공유되지 않아 두 판단이 달라진 구체적인 이유를 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은 학교폭력 대응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학생들이 체감하는 학교폭력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와도 맞아떨어진다. 교육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9%로 전년도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피해 전수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피해 유형 가운데 신체폭력은 15.7%로 전년도보다 1.1%포인트, 집단따돌림은 17.1%로 0.7%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가해 학생 측은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