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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계, AI 활용률 89%지만 '발견의 AI'는 3.9%에 불과

한국 과학계의 AI 활용률은 89.5%로 높지만, 실제 과학 발견에 활용하는 비율은 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해외 범용 서비스 의존에서 벗어나 '발견의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과학계, AI 활용률 89%지만 '발견의 AI'는 3.9%에 불과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764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한국 과학계의 인공지능 활용 현황이 명확히 드러났다. 응답자의 89.5%가 매주 AI를 연구에 활용하고 있어 한국 과학계가 AI 도입의 첫 관문을 통과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심층 분석 결과는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함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AI를 '쓰는 것'과 AI로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AI 활용의 편중된 양상이다. 응답자의 85.3%는 챗지피티 같은 해외 범용 서비스에만 의존하고 있었고, 과학 연구에 특화된 도구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험 설계라는 과학 연구의 핵심 영역에서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이 18.1%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과학계가 '효율의 AI'는 얻었지만 '발견의 AI'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효율의 AI는 남이 만든 도구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발견의 AI는 우리 과학의 데이터로, 우리 연구 현장에 맞게,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문제다.

한편 세계 과학계는 이미 다음 단계로 진입했다. 오픈에이아이와 앤트로픽은 수학의 미해결 문제를 AI와 함께 풀었다는 소식을 연이어 발표했고, 구글 딥마인드는 가설을 스스로 세우고 검증하는 AI를 연구 현장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국립연구소와 AI 기업을 결합하는 '제네시스 미션'에 50억달러(약 6조7천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국가들이 과학이 이루어지는 방식 자체를 다시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기술 소비국의 위치에만 머물러 있다면 발견의 주도권까지 남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구조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째는 보안이 보장된 연구 전용 AI 환경 구축, 둘째는 국가 차원의 컴퓨팅 자원 결집, 셋째는 한국 과학이 강한 분야의 특화 모델 개발과 연구데이터의 자산화, 넷째는 현장에서 통하는 실습형 교육이다. 특히 실습형 교육의 효과는 명확하다. 실습형 교육을 경험한 연구자의 적극 활용률은 80%로, 교육 경험이 없는 연구자(44%)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이론 교육보다 현장 맞춤형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추진 방식을 둘러싼 중요한 논쟁도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자체 개발했다는 이유로 저성능 인공지능을 사용하라는 압박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국산화가 실적이 되고 활용이 의무가 되는 순간, 연구 현장은 세계 수준의 도구 대신 보고서 속 숫자를 얻을 뿐이라는 우려다. 한국이 만드는 과학 AI의 기준은 '국산'이 아니라 '세계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동시에 AI는 지역 간 과학 인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학생 연구원 수급이 어려운 지방 연구 기관에서 AI는 "가뭄의 단비"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결국 인공지능 활용의 진정한 의미는 더 빨리 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과학을 발견하는 데 있다. 인공지능으로 논문을 빨리 쓰는 나라와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과학을 발견하는 나라 사이의 격차가 다음 경쟁의 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 과학이 기술 소비국의 위치에서 벗어나 알고리즘과 과학을 만드는 주체로 서려면, 지금 마련할 사회적·제도적 뒷받침이 결정적이다. 이를 위한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