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굶주린 흑곰, 미국 주택가 침입 사건 2배 증가
미국 로키산맥 일대에서 가뭄으로 먹이가 부족한 흑곰들이 주택가로 침입하면서 충돌 사건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올해 8월까지 곰 관련 신고가 6129건으로 지난해의 거의 두 배를 기록했으며, 유타주도 연간 대응 횟수를 이미 넘어섰다.

미국 로키산맥 일대가 가뭄에 시달리면서 먹이를 찾아 주택가로 내려오는 흑곰들이 주민들과의 충돌을 빚고 있다. 자동차 문을 열고 들어가거나 건물을 파괴하는 등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안전을 위해 곰을 안락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먹이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콜로라도주에서 보고된 사례들은 흑곰들이 얼마나 대담하게 인간의 생활공간으로 침입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덴버 북서쪽 골드힐에서는 올여름 흑곰 한 마리가 도요타 SUV의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곰은 탈출하려다 차량 내부를 뜯어내면서 경적을 계속 울렸고, 주민 패트릭 설리번은 새벽에 울리는 경적이 이웃의 소행이라고 처음에 착각했다고 전했다. 결국 곰은 풀려났지만 차량은 운전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되었다. 이는 흑곰들이 더 이상 인간의 물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심각한 신호다.
콜로라도주 공원·야생동물국이 발표한 통계는 상황의 심각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올해 1월 1일부터 8월 13일까지 접수된 곰 목격 및 충돌 신고는 61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15건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목격 사례뿐 아니라 재산 피해까지 포함한 수치로,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접한 유타주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유타주 당국과 협력 법집행기관이 올해 8월 25일까지 곰 문제에 대응한 횟수는 168회로, 지난해 연간 대응 횟수 83회를 이미 넘어섰다. 이는 불과 8개월 만에 전년도 연간 수치를 두 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당국들은 가뭄과 기후 변화가 흑곰 출몰 급증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콜로라도주 당국은 산악지역의 적은 적설량과 산불, 가뭄으로 인해 열매와 견과류 같은 자연 먹이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유타주 야생동물자원국도 따뜻한 봄 날씨 이후 강한 서리가 내리고, 이어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곰의 먹이가 되는 식물들이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곰들은 더 멀리 이동하면서 주택가의 쓰레기, 반려동물 사료, 그리고 자동차 내부 등 인간의 생활공간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늦여름과 가을은 흑곰이 겨울을 버티기 위해 하루 최대 20시간을 먹이를 찾는 데 쏟는 시기여서, 자연 먹이가 부족한 해에는 인간의 생활공간으로 침입할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진다.
주민 안전을 위한 조치로 곰을 안락사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유타주 당국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반복해서 접근하거나, 건물에 큰 피해를 준 곰들이 안락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건강 상태가 나쁘거나 생존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도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 방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환경 파괴로 인한 악순환이 결국 야생동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 대응과 함께 인간의 생활공간 관리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