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부장판사 청탁금지법 기소… 술값 계산 방식 둘러싼 법정 공방 예고
공수처가 술자리 접대 의혹으로 지귀연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나, 술값 계산 방식과 동일인 판단을 둘러싸고 공수처와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지 부장판사 측 간에 상이한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두 변호사를 하나의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지가 법정 공방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술자리 접대 의혹으로 지귀연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공수처 수사 결과가 지 부장판사 측 입장이나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의 설명과 상당 부분 배치되면서 사건의 핵심 쟁점들이 명확히 드러났다. 특히 술값 계산 방식과 동일인 판단 기준을 둘러싼 법률 해석이 재판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수사3부는 지귀연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31기)가 2023년 8월 변호사 두 명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예약제 주점에서 409만원 상당의 술값을 결제하게 한 혐의로 기소했다. 공수처는 전체 술값 409만원을 3명으로 나눠 지 부장판사가 136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공수처의 기소는 이 기준을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내놓은 감사 결론은 공수처의 수사 결과와 크게 다르다. 윤리감사관실에 따르면 지 부장판사가 2023년 8월 A·B 변호사와 만나 횟집에서 1차로 저녁 식사와 음주를 했으며, 1차 음식값 15만5000원을 본인이 직접 결제했다. 2차 술집 비용은 170만원으로 A 변호사가 결제했다는 것이 윤리감사관실의 판단이다. 이는 전체 술값을 409만원으로 본 공수처 수사 결과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같은 자리에서 발생한 비용이라도 시간대와 장소, 결제자가 다르면 별개의 거래로 봐야 한다는 윤리감사관실의 입장이 공수처와 충돌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 측은 법률적 관점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 측은 성명을 통해 두 후배 변호사와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지 부장판사 측은 A·B 변호사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각 자신의 자금으로 각자 계산한 비용을 하나의 동일인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설령 공수처 주장대로 지 부장판사가 끝까지 모임에 남아 있었다고 하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의 액수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청탁금지법 위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두 변호사를 법적으로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임을 드러낸다.
공수처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두 변호사가 함께 접대하려는 의사로 비용만 나눠서 낸 것으로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두 변호사 간의 사전 합의나 공동의 의도를 증명해야 한다. 법정에서는 술자리의 구체적인 경위, 각 변호사의 결제 의도, 지 부장판사의 식사 시간과 참석 시간 등이 세밀하게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탁금지법상 '동일인'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이 사건의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사건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가 아닌 '관련 범죄'만으로 기소한 첫 사례라는 것이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해당 접대와 판사 직무 사이의 관련성 및 대가성은 입증되지 않아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대상에는 청탁금지법이 포함되지 않아 해당 혐의만으로는 원래 수사를 개시할 수 없지만, 이번 기소로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법원의 판결이 청탁금지법 해석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