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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메모리값 급등 속 중저가폰 물량 집중…'시장 재편' 노린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가격 급등 속에서도 갤럭시 A17·A18 등 중저가폰 생산을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 경쟁사들이 원가 부담으로 판매 위축을 겪는 사이 신흥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계산된 결정으로 분석된다.

삼성, 메모리값 급등 속 중저가폰 물량 집중…'시장 재편' 노린다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가격 급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중저가 스마트폰의 생산량을 오히려 늘리는 역발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기적 수익성을 희생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 계산된 결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촉발된 '칩플레이션' 현상이 스마트폰 제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기업마다 다르게 나타나면서, 삼성전자가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갤럭시 A17과 A18의 생산 계획을 약 1800만대로 책정했다. 이는 전체 A시리즈 물량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일반적으로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중저가폰의 생산량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 판매가격이 낮아서 부품 원가 상승분을 흡수할 여력이 적고, 가격을 올리면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경쟁사 제품으로 이동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같은 관례를 깨고 있다. 수익성 방어보다 시장 점유율 유지를 우선시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경쟁사들의 취약성에 대한 분석이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동일하게 직면한 문제다. 다만 중국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더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통계를 보면 시장 전체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는데, 삼성전자는 오히려 9% 증가했다. 반면 샤오미는 26%, 비보는 2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샤오미가 보급형과 중급형 제품의 비중이 높아 메모리 가격 상승에 특히 취약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현재 시장 점유율은 23%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애플이 21%로 뒤를 따르고 있다. 샤오미(11%), 오포(8%), 비보(8%) 순이다. 이 같은 점유율 격차가 벌어진 배경에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대응이 있었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은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인데, 이곳에서 판매량이 줄면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A시리즈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경쟁력 유지는 장기적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과 중저가 제품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이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갤럭시 S시리즈와 Z시리즈(폴더블폰)로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A시리즈로 점유율을 지키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중국 경쟁사들을 압박해 그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상황이 전개돼야 한다. 반대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A시리즈 판매가 늘더라도 높은 부품 원가로 인해 모바일 사업부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칩플레이션은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에 분명한 악재지만, 경쟁사보다 원가 상승 국면을 오래 버틸 수 있다면 오히려 시장 재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