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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409만원 술접대 청탁금지법 기소…뇌물죄 불기소

서울북부지법 지귀연 부장판사가 변호사들로부터 받은 409만원 상당의 술 접대 혐의로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공수처는 뇌물죄 적용은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지 부장판사 측은 법률 해석이 무리했다고 반발했다.

서울북부지법 지귀연 부장판사가 변호사들로부터 받은 409만원 상당의 술 접대 혐의로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4일 지 부장판사를 불구속기소 처분했으나, 판사의 직무와 접대 사이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 부장판사의 강남 주점 접대 의혹을 제기한 이후 473일 만의 수사 결론이다.

공수처 수사에 따르면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예약제 주점에서 변호사 2명으로부터 409만원 상당의 술값을 결제받았다. 지 부장판사가 본인이 낸 15만5천원을 제외한 나머지 393만5천원을 3명으로 나눈 결과 1인당 130만원 이상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두 변호사가 비용을 나눠 냈지만, 지 부장판사를 함께 접대하려는 공동 의사를 공유하고 금액만 분담한 것으로 판단해 이를 동일인으로부터의 향응 제공으로 본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차례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의 이대환 부장검사는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4~5시간을 머물렀다고 밝혔다. 택시 호출 기록을 확인한 결과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 입장한 후 4~5시간 뒤에 택시에 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 부장판사가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제출한 해명 자료에서 '주점에서 사진은 찍었지만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지 부장판사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은 이유는 접대 당시 판사 직무와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향응 제공자인 변호사들이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수임한 사건이 없었던 점을 확인했다. 또한 2013년 수원지법에서 근무할 당시 일행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서 지 부장판사가 승소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었으나, 접대 시점과 약 10년의 시간 차이가 있어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직무 편의 제공 청탁 등 구체적인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뇌물죄 적용을 포기한 것이다.

공수처는 추가로 2024년 9월 지 부장판사를 포함한 5명이 같은 주점에서 약 416만원 상당의 술값을 지출한 2차 사례도 확인했다. 다만 이 경우 1인당 향응액이 83만원으로 100만원 미만이고 직무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가 청탁금지법 위반만으로 고위공직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의 현행 수사권 범위에는 청탁금지법이 포함되지 않으나, 수사심의위가 관련 범죄만으로도 기소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이후 법리 검토를 거쳐 기소에 이르렀다.

지 부장판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지 부장판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의 무리한 사실인정과 법률 적용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며 '지 부장판사는 후배들과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바로 이석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설령 지 부장판사가 끝까지 모임에 남아있었다 하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 액수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 부장판사 측은 또한 '두 변호사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각 자신의 자금으로 각자 계산한 것'이며 '두 사람을 하나의 동일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법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공수처는 접대를 제공한 변호사 2명에 대해서는 처분을 검토 중이다. 고위공직자가 아닌 청탁금지법상 공여자의 경우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