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취객 입에 수건 넣은 경찰·소방관 국민참여재판서 무죄
혀를 깨물어 자해하려던 만취 여성을 제지하기 위해 입에 수건을 넣은 경찰관과 소방공무원 4명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질식사 위험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혀를 깨물어 자해하려던 만취 여성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2명과 소방공무원 2명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에 대해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무죄 의견을 반영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사건은 응급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취한 조치가 정당한 것인지를 두고 법적 판단이 엇갈렸던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사건은 2022년 8월 26일 새벽 경남 거제시에서 발생했다. 경찰관들은 오전 1시 58분경 길거리에 누워 있는 여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술에 취한 A씨(당시 41세)에게 귀가를 권유했으나 A씨가 경찰관들을 폭행하자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 조치를 취했다.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A씨는 격렬하게 저항하며 수갑 해제를 요구했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러면 내가 혀 깨물고 죽어야 되네"라고 말한 후 즉시 혀를 깨무는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관들은 A씨의 자해를 막기 위해 오전 2시 8분경 입 안에 수건을 거듭 밀어 넣었다. 이후 구급 요청을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은 경찰의 통제에 의존해 입에 있던 수건을 즉시 제거하지 않았다. A씨가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다고 추정되는 순간부터 소방공무원들이 수건을 제거하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구호 조치를 시작했으나, 결국 A씨는 같은 해 9월 17일 부산의 병원에서 기도폐색성 질식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경찰관 2명을 입에 수건을 넣어 질식사를 야기한 혐의로, 소방공무원 2명을 적절한 응급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법원은 무죄 판결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당시 격렬히 저항하는 피해자를 제압하면서 돌발적인 자해행위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수건을 피해자의 입에 넣는 것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는 극도로 불안정한 현장 상황에서 경찰관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취한 응급 조치로 평가한 것이다. 소방공무원들에 대해서도 법원은 "A씨의 맥박을 확인하면서 수건 대신 입 안에 물릴 수 있는 대체 물건이 있는지를 나름대로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재판부는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해 수건을 제거하기는 어려웠으리라는 것도 의료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질식사 위험을 예견하고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무죄 선고의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낸 것은 응급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판단과 행동이 합리적이었다는 일반인들의 평가를 반영한 결과다. 이 판결은 응급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의 범위와 한계를 둘러싼 법적 논의에 중요한 선례를 제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