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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내정자, 판사 시절 성폭행범에 집행유예…피해자 성도덕 문제 삼아

김승원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판사 시절 참여한 재판부가 피해자의 성도덕을 문제 삼아 성폭행범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 최소 4건 이상에서도 유사한 관용적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판사로 근무하던 시절 참여한 재판부가 피해자의 성도덕을 문제 삼아 성폭행범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전주지방법원에서 배석판사로 근무한 김 내정자가 참여한 재판부는 살해 협박과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과거 교제하던 피해자 B씨가 다른 남성과 있는 모습을 보고 흉기로 협박한 뒤 성폭행했으며, 피해자를 성적으로 모독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가해자의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형을 감경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재판부가 감형의 사유로 피해자의 성도덕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판결문에는 "피해자 B씨가 가해자와 교제하며 수차례 성관계를 맺어 임신하고 낙태했으며, 다른 이와 교제해 성도덕 비난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는 피해자의 개인적 도덕성을 가해자의 감형 근거로 삼은 것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2차 피해에 노출시키는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범행 동기나 죄질과 무관한 피해자의 성도덕을 양형의 참작사유로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를 지적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사건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김 내정자가 배석판사로 참여한 재판부는 14세 아동을 흉기로 협박해 성폭행한 가해자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1세 친딸을 6차례 추행한 가해자에게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내려졌다. 또한 11세 아동에게 불상의 음료를 먹인 뒤 하반신을 촬영하며 추행한 남성, 12세 아동을 추행해 다치게 한 남성 등 최소 4건 이상의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아동 성폭력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배치되는 결과다.

김 내정자는 2009년 판사직을 그만둔 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도 성폭력 사건을 다수 수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월에는 고등학생 2명 등 남성 3명이 15세 여성 청소년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에서 가해자를 변호했다. 2017년에는 채팅앱으로 알게 된 지적장애 3급 14세 여성 청소년을 위력으로 성폭행하고 불법촬영한 사건에서 피고인을 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이력은 김 내정자가 일관되게 성폭력 가해자 편에서 활동해왔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김 내정자 측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재판부 내 합의에 따라 판결을 선고했다"면서 "다만 양형 판단에 있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앞으로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피해자의 성도덕을 감형 사유로 제시한 판결의 적절성, 그리고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에서의 과도한 관용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에 엄격한 태도를 보여야 할 법무부 장관 내정자의 과거 판결 기록이 국민적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