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위원장 이석연 사퇴…'정권 충성 아닌 헌법 충성' 선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현 정부와의 철학적 차이를 이유로 취임 1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헌법 충성'을 강조하며 정권 충성이 아닌 원칙에 따른 결정임을 명시했고, 여권의 법왜곡죄 신설과 사법부 공세에 반대해온 입장을 유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이석연 위원장이 취임 1년 만에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통합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오는 9일을 마지막 근무일로 정하고 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 기조와 자신의 철학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으로, 정부 내 주요 인사의 사퇴 소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사퇴 배경으로 현 정부와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명시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지난 1년간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민 각자가 지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헌법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바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려 나름 뛰었다"며 자신의 노력을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통합에 관한 이 정부의 생각과 철학이 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혀 정부와의 철학적 거리감을 드러냈다. 특히 "제가 다시 공직에 나선 것은 헌법에 충성하기 위해서지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자신의 공직관을 명확히 했으며, "이런 상황에서 이제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물러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보수 성향의 저명한 법조인이다.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한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헌법연구관으로 활동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정부의 상징적 인사로 이 위원장을 지난해 9월 초대 위원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보수 진영의 존경받는 인물을 중용함으로써 정부의 통합 의지를 표현하려는 의도였으나, 실제로는 정부와의 갈등이 지속되어 왔다.
취임 이후 이 위원장은 주요 현안마다 현 정권과 거듭 이견을 보이며 균열을 드러냈다. 특히 최근 여권이 추진하는 법왜곡죄 신설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움직임, 그리고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를 향한 여권의 공세에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18일에는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났으니 당은 새 지도부에 맡기고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으로 돌아와 초당적 입장에서 국정을 운영하라"고 공개 건의해 여권 내에서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는 정부의 당파적 국정 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으로 해석되어 정부 내 갈등을 심화시켰다.
이 위원장은 사퇴 성명에서 대통령을 향한 마지막 당부도 남겼다. 그는 "대통령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가 그간 때로는 결례를 무릅쓰면서까지 말씀드렸던 직언을 국정운영 과정에서 그 편린이나마 반영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제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물러나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에게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아쉬움과 함께 국민을 위한 공직 활동을 완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의 사퇴는 현 정부 내에서 정책 방향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 표면화된 사례로 평가된다. 헌법 가치와 법치주의를 강조해온 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물이 정부와의 철학적 차이를 이유로 물러나는 것은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법부 독립성 문제와 관련된 논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 위원장의 퇴임은 정부 내 헌법주의자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