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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예산 '3대 축'은 반도체·AI·청년, 빠진 것은 복지·환경

정부의 2027년 예산안은 반도체·AI 같은 첨단산업 육성, 지방 성장, 청년 지원에 집중하며 예산을 대폭 증액했으나, 양극화 완화와 환경·복지 정책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27년 예산 '3대 축'은 반도체·AI·청년, 빠진 것은 복지·환경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은 첨단산업 육성, 지방 성장, 청년 지원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집중되어 있는 반면, 양극화 완화와 기후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1일 발표한 2027년 예산안은 역대 최대 재정지출과 역대 최대 신규사업 편성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정책이 모든 경제 주체와 사회 분야에 골고루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 의지는 명확하다. 정부는 피지컬AI, AI데이터센터, 반도체를 육성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관련 예산을 올해 10조8000억원에서 내년 21조3000억원으로 거의 두 배에 가깝게 늘렸다. 이는 전체 재정지출 증가율 12.8%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정부가 첨단산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이 29.7% 증가한 9조4000억원 규모로 편성되어 12개 분야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부는 별도로 2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신설해 전남과 광주 서남권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착공을 지원하고,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인프라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프론티어급 독자 AI모델 개발에는 4조7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방 성장도 정부 예산안의 중요한 축이다. 지방행정 예산이 22.8% 증가해 산업 부문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정부는 '5극3특' 지방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2조8000억원 규모의 별도 초광역계정을 신설했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지방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 설비투자액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성장엔진특별보조금'과 지역 성장거점 조성 및 정주여건 개선에 사용되는 '지방미래성장지원금' 등 새로운 지원 제도가 마련되었다. 이는 지방에서 기업과 인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과 생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청년 지원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대상이다. 청년 지원과 저출생 극복을 위한 예산은 올해보다 53.5% 증가한 43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되었으며, 청년미래적금의 소득기준을 폐지해 모든 청년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확장재정이 모든 계층에 골고루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9.3%, 환경 예산은 5.2% 증가하는 데 그쳐 전체 재정지출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복지와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이번 예산안은 청년지원에 너무 편중됐고 사회의 다른 취약계층과의 균형을 고려해야 했다"며 "기상이변의 일상화에도 대응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전통 제조업이나 취약계층에까지 퍼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양극화 심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복지 정책의 질적 내용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복지 수급 기준인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인 6.7% 올리고 노인 일자리를 늘렸지만, 그 외 뚜렷한 안전망 확충 대책은 부재한 상태다. 배재대 경영학과 김현동 교수는 "중위소득 인상만으로 복지의 실질적인 보장 수준이 현실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양극화와 민생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예산안은 양극화 완화와 내수 진작 측면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체감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이 첨단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에는 충실하지만,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사회 안전망 강화라는 과제에서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