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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260억 들여 컴퓨터 6천대 창고에 방치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022~2025년 컴퓨터 6131대를 포함해 전산장비를 과잉 구매해 창고에 방치했으며, 260억 원대의 국고가 낭비됐다. 감사원은 또한 1억 원대 와인 구매 시 증빙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부실한 업무추진비 집행도 지적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수요 검토 없이 컴퓨터와 프린터, 스캐너 등 전산장비를 과잉 구매한 후 창고에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31일 공개한 대법원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행정처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예상 수요치를 크게 초과해 전산장비를 구매했으며, 이 과정에서 260억 4000만원의 국고가 낭비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바로 사용하지 못한 새 컴퓨터만 6131대가 창고에 적치되어 있는 상태로, 공공기관의 부실한 예산 관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행정처의 물품 수요 예측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알 수 있다. 해당 기간 교체 대상이 된 노후 컴퓨터는 1만 2663대였으나, 행정처는 이보다 1만 2401대를 더 많은 2만 4664대를 구매했다. 이는 필요량의 약 95% 이상을 초과 구매한 것으로, 명백한 예산 낭비다. 감사원은 "예비품 산정기준이 없고 구매계획서상 구매 근거도 불명확했다"고 지적하며 행정처의 관리 체계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프린터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예산 소진을 목적으로 예상 수요보다 훨씬 많은 양을 구매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38대를 예비품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충분한 예비품을 보유하고 있던 지역에도 계속해서 장비를 공급했다는 점이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경우 이미 컴퓨터 111대를 예비품으로 관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처는 지난해 151대를 추가로 지급했다. 이는 현장의 실제 필요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물품을 공급한 것으로, 각급 법원의 보관 및 관리 부담만 가중시켰다. 행정처가 일괄 구매해 각급 법원과 소속 기관에 지급하는 구조에서 수요 파악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산장비 과잉 구매 문제만이 아니라 업무추진비 집행에서도 심각한 부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행정처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억 892만원어치의 와인을 구매하면서도 증빙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용 집행의 목적이나 대상, 일시, 장소 등을 명확히 기재하지 않은 것은 물론, 밤 11시 이후 심야 시각대와 주말·공휴일에 구매한 와인이 9950만원에 이르렀으며, 술집에서도 약 1625만원을 지출했음에도 소명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는 공공기관의 기본적인 재정 투명성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르면 행정처는 건당 50만원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 대상자의 소속과 이름을 제출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4년여간 와인을 구매한 69건 중 구매액이 50만원을 넘는 57건(약 1억 468만원 상당)에 대한 증빙 내역이 제출되지 않았으니, 실제로 와인 구매의 상당 부분이 불투명하게 처리된 셈이다. 이번 감사 결과는 대법원 산하 행정처가 국고 관리와 예산 집행에서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아왔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법부의 최고 행정기관이 이런 수준의 부실을 드러낸 만큼, 향후 개선과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