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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부친상으로 대법관 재제청 논쟁 일시 중단

조희대 대법원장의 부친 서거로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일시 중단됐다. 청와대는 강훈식 비서실장을 조문에 파견해 조의를 전했으나 재제청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친상 이후 조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에 따라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부친 서거로 인해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 간의 갈등이 일시적으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31일 대법원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의 부친 조부환 씨가 향년 93세로 30일 별세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 출근하지 않고 경북 포항의 한 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지켰으며, 대법원은 고인을 기리고 유족을 애도하는 조용한 장례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권은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를 사실상 중단했고, 대법원 관련 현안을 질의하기 위해 예정되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취소되는 등 정치적 갈등이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는 고인을 기리는 취지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조문에 파견했다. 강 실장은 31일 포항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약 30분간 조문한 후 이재명 대통령의 조의를 전달했다. 이는 지난 28일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에게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청한 이후 조 대법원장과 청와대 인사가 공개적으로 만난 첫 번째 사례다. 강 실장은 조문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대통령께서 직접 오시지 못해 비서실장을 보낸 것"이라며 "대법원장께서 감사의 마음을 대통령께 꼭 전해 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대법관 재제청 문제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대법관 재제청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여기까지만 말씀드리는 게 큰 슬픔을 겪고 있는 분에게 맞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고 답변을 피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조문 후 "재제청 관련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당초 이번 주에 대법관 후보 재제청 여부와 관련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부친상으로 인해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조용함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친상 기간이 지난 후 조 대법원장의 결정이 나올 경우 여권과 대법원 간의 갈등이 다시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과 대법원은 대법관 제청권을 두고 여전히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민주당의 이건태 의원은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에게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면 대통령은 그것을 기계적,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 국회 임명동의 요청을 해야 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재제청 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줄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권한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대법원이 재제청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자의적 거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대법관 재제청 문제는 헌법상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사이의 권력 균형을 둘러싼 근본적인 헌법 해석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부친상을 마친 후 어떤 입장을 보일지에 따라 정치권의 향후 대응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