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 핵협력 거래 의회 제출...이스라엘 국교정상화 조건 달아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30년 규모 민간 핵에너지 협력 협정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사우디의 이스라엘 국교정상화를 협정 승인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협정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 건설을 포함하지만 우라늄 농축 금지 조항이 없어 비확산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민간 핵에너지 협력 협정을 의회에 제출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지난 25일 로이터통신에 "대통령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으며, 이 협정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브라함 협약에 참여할 경우에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협정은 미국 기업들이 민간 핵 기술을 사우디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지난 7월 양국이 합의한 후 24일 의회에 정식 제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에도 유사한 핵 협력 협정을 추진했던 만큼, 이번 협정 역시 자신의 중동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브라함 협약은 미국이 중보한 이스라엘과 아랍·이슬람권 국가들 간의 국교정상화 협약을 일컫는다. 2020년과 2021년에 체결된 이 협약에는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모로코, 수단이 참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이 협약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핵협력 협정의 승인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우디는 오랫동안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거부해왔으나, 2023년 중동 외교 정세 변화로 일부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정상화에 임박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고, 사우디는 현재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이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이스라엘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협정은 30년 규모의 대규모 사업으로,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 건설을 포함하고 있으며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웨스팅하우스는 캐나다의 카메코와 브룩필드자산관리사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규모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에너지 산업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협정은 의회 지도부에 제출됐으며, 26일에는 관련 위원회에 넘겨질 예정이다. 의회가 90개 회기일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협정은 자동으로 발효된다. 만약 의회가 협정을 거부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무효화하려면 의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협정은 비확산(핵무기 확산 방지) 조항의 미흡함을 둘러싸고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핵비확산 옹호 단체들은 협정이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이나 핵폐기물 재처리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는 핵무기 개발의 잠재적 경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랍에미리트의 2009년 민간 핵 협력 협정으로, 아랍에미리트는 이른바 '금본위' 기준으로 불리는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금지 조항을 수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협정이 법적으로 요구되는 비확산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충분한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비확산정책교육센터의 헨리 소콜스키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이 협정을 제출함으로써 의회가 이스라엘 정상화와 우라늄 농축 제한 조건 없이 협정을 승인할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신이 우라늄 농축 금지와 이스라엘 인정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이것은 결코 이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사우디 핵협력 협정을 추진했으며, 이를 아브라함 협약과 연결시키려 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2023년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직전까지 갔다고 평가했지만, 가자 전쟁의 발발로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번 협정의 최종 승인 여부는 앞으로의 중동 정세 변화와 미국 의회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