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주택 공급 논란, 토양오염 정화 방안이 핵심 쟁점
정부가 추진 중인 용산공원 주택 공급 계획이 심각한 토양오염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어린이정원 부지에서 비소와 다이옥신 등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검출됐으나, 정부는 건설 과정 굴착으로 정화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전문가들은 전체 부지 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용산공원 부지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부 계획이 심각한 토양오염 문제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과거 미군기지였던 용산공원은 반환 과정에서 다양한 유해물질로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아직까지 전체 부지에 대한 조사와 정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와 서울시 간 개발 찬반 갈등이 심화되면서 부지의 토양오염 실태와 정화 계획이 논의에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어린이정원, 장교숙소 5단지, 옛 방위사업청, 군인아파트 등 여러 부지에 주택 공급을 검토 중이며, 경향신문 분석 결과 가장 면적이 큰 어린이정원 부지(30만㎡)에만 최대 1만5600가구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용산어린이정원 부지의 오염 정도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2021년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과 미군이 공동으로 실시한 환경조사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 비소, 크실렌, 아연, 납, 수은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특히 학교·숙소 부지에서 비소가 1지역 토양오염 우려기준의 39.9배, 다이옥신이 34.8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성 복합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는 23.4배, 크실렌은 7.3배, 벤조피렌은 6.3배까지 검출됐으며, 위해성 평가에서도 주거지로서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토양의 다이옥신과 비소, 벤조피렌은 암 발생 위험을 평가하는 발암 위해도 기준치를 넘어섰고, 어린이와 성인 거주자 모두 토양의 다이옥신으로 인한 비발암 위해도가 기준치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오염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2023년 5월 어린이정원을 임시 개방했다. 당시 정부는 오염 토양 위에 15센티미터 이상 흙을 덮는 등 임시 조치를 취했으며, 임시 개방이기 때문에 관련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토양오염을 이유로 개방에 반대하고 개방을 막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기도 했다. 이후 정권 교체 후인 지난해 12월 30일 용산어린이정원이 전면 개방되면서 방문객들은 사전 예약 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게 됐다. 환경단체들은 미군 부지 토양 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 개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는 주택 건설 과정에서 굴착을 통해 오염토를 반출하는 방식으로 정화를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주택 부지 흙을 파서 반출하면 정화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근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오염토 일부를 반출하는 것과 부지 전체를 정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주택 부지만 굴착한다고 해도 주변에 남아 있는 오염토와 지하수 오염이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용산공원 대상지 전체에 대한 조사와 정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은 공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철저한 정화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은 어린이의 경우 아주 작은 노출과 변화로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공원보다 주거지로 사용할 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양 접촉은 물론 지하수와 토양가스, 비산먼지 등 다양한 노출 경로를 고려한 정밀 조사와 충분한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토양오염을 이유로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반대했다가 주택 공급으로 입장을 바꾼 것을 비판하며, 정부가 바뀌었다고 토양오염의 위해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주택 공급에 앞서 용산기지 전체의 오염 실태를 확인하고 정화 계획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