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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IT조직, 발주·운영·개발 융합한 하이브리드형으로 전환 필요

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 손경자 회장은 AI 시대에 공공기관 IT조직이 발주·운영·개발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형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년 정보화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사업의 발주·구축·개통·운영 각 단계별 현안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 IT조직, 발주·운영·개발 융합한 하이브리드형으로 전환 필요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공공기관의 정보기술(IT) 조직이 근본적인 구조 개편을 필요로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 손경자 회장은 기존의 발주와 운영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AI를 직접 기획하고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하이브리드형 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과 공공부문의 실제 업무 요구를 맞추기 위한 조직적 혁신이 시급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손 회장의 이러한 진단은 30년간 정보화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전산직으로 입문한 그는 최근 3년간 차세대 농업농촌통합정보시스템(농업e지) 구축을 총괄하며 발주부터 개통, 운영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책임졌다. 이 과정에서 95개 기관과 878종의 데이터를 연계하며 기관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등 복잡한 공공 정보화 사업을 완수했다. 이러한 노력은 농식품부의 정보화 역량을 한 단계 높이는 성과로 이어졌으며, 2026년 국가대표브랜드로 인정받기도 했다.

손 회장이 하이브리드형 조직을 제안하는 이유는 AI 기술의 특수성에 있다. 기존 공공기관 전산조직은 외부에 사업을 발주하고 구축된 시스템을 운영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해왔다. 그러나 AI는 데이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모델 학습, 현장 피드백 반영이 성능과 활용도를 결정하는 만큼 기존의 발주·납품 방식만으로는 빠른 기술 변화와 현장의 요구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대형 시스템 구축이나 인프라 운영처럼 외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은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하되, 기관의 업무 데이터와 도메인 지식이 핵심인 AI 분야는 기관이 모델의 기획과 핵심 기능 설계·개발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공공사업의 각 단계별 현안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발주단계에서는 기능점수(FP)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제안요청서 시점에 향후 발생할 모든 요구사항 변화를 예측해 담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구축 과정에서 구체화되는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구축사와의 협의가 길어지고 일정이 촉박해지면서 품질 부실이나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의 특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능점수 방식과 투입인력(M/M) 방식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구사항 변화를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계약·예산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축단계에서는 기관 간 연계 지연이 주요 현안으로 지적됐다. 법적 근거가 있어도 기관별 일정이나 업무 여건의 차이로 연계 협의가 지연되면 테스트 일정이 늦어져 시스템 개통 후 안정적인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단계에서는 검증이 단순 기능테스트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실제 업무 환경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주기관이 사용자테스트를 주도하고 감리업체는 전문가 관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시스템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검증의 실효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운영단계에서는 시스템 사용 현황과 성과가 다음 해 예산 편성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체계 구축을 강조했으며, 유지보수 예산이 단순 기능 유지에 그치지 않고 AI 등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능개선과 고도화를 위한 재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모든 단계를 관통하는 과제로 정보화 사업에 대한 예산심의의 전문성 강화를 꼽았다. AI와 대규모 정보화 사업은 기술적 복잡성이 높은 만큼 사업의 규모와 시급성, 기술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대외 활동 계획과 관련해서는 AI 전환을 포함한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을 범정부 차원에서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지정을 제언했다. 협의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정책 건의로 구체화하고 관계기관과 정례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한편,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와 협력해 발주 방식과 감리 운영 개선, AI 특화 발주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함께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손 회장은 "정보시스템은 결국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쓴다"며 "발주기관은 구축사가 관리·감독의 관계를 넘어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공 정보화 사업이 단순한 기술 구축을 넘어 발주기관과 구축사, 사용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의 과정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공공부문이 AI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의 혁신과 함께 사업 프로세스의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발주자와 구축사 간의 신뢰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