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국가 우려…법학자 '사법 시스템 붕괴 가능'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자, 판사 출신 형사법 권위자인 이상원 교수가 이를 형사사법 체계의 붕괴로 우려하며 긴급 재개정을 촉구했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사법 개혁과 정반대 방향으로, 경찰국가로의 퇴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한국 형사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판사 출신 형사법 권위자인 이상원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이번 개정안을 '국가 질서를 지탱하는 형사사법제도의 붕괴'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10월 법 시행 전 최소한이라도 재개정해야 한다"며 긴급한 입법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또한 이번 개혁을 "오른팔이 썩어 수술대에 누운 환자의 목을 자른 격"이라고 비유하며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상원 교수는 현 정부의 개정안이 과거 노무현 정부의 사법 개혁과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형사소송법 개정의 핵심은 공판중심주의였다. 판사가 검찰의 수사 기록만 보지 말고 공개된 법정에서 변론과 증명을 거친 뒤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개혁은 판사의 직접 심리와 위법 증거 배제 원칙을 명문화해 검찰 권한을 적절히 제약했다. 이를 통해 형사사법의 중심이 검찰에서 법원으로 옮겨졌으며, 이는 진일보한 개혁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역사적 진전을 역행하면서 수사권을 경찰에 집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핵심 비판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명제를 둘러싼 논쟁도 핵심 쟁점이다. 이상원 교수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하지 않은 사람이 유무죄를 어떻게 가늠하나"라며 "수사와 기소는 한몸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사람과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람을 분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선수가 연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더 중요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자체가 아니라 이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누가 수사권을 행사하든 적절한 외부 통제가 없으면 권한 남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원 교수는 "수사는 완벽할 수 없다"며 "재판도 완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형사사법절차는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보완하고 또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수사가 미진해 범인이 방면되면 피해자가 울고, 부실 수사로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면 피의자가 운다. 보완수사는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를 위한 필수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등 국민 다수가 보완수사권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대안인 보완수사요구권이나 중수청 내 보완수사 전담부서 신설은 실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이 교수는 평가했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이번 개정안이 한국 형사사법 체계를 경찰국가로 퇴행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상원 교수는 역사적 맥락을 강조했다. 1945년 해방 이후 우리 입법자들은 식민 지배의 도구로서 인권 유린을 자행해온 경찰사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률가인 검사에게 사법경찰을 지휘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1995년 영장실질심사제도와 2007년 형소송법 개정으로 형사사법의 중심은 법원이 됐다. 그러나 문재인, 이재명 정부의 개혁으로 형사법정에서의 경찰 권한이 다시 막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 권력인 경찰이 형사사법의 중심이 될 때 이를 경찰국가라고 부른다. 이 교수는 "차라리 정치인 불기소법이나 정치인 무죄법을 만들라 하고, 대신 온국민이 관계되는 형사사법제도만은 그대로 놔두라"며 개정안의 근본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법학자들과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개정안을 강행한 배경에는 검찰에 대한 86세대 정치인들의 뿌리깊은 적대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