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10발 발사에 미군 '규탄' 빠진 성명…정상외교 신호?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10발 발사에 미군이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다'고 평가하며 전년도와 달리 '규탄' 등 강한 비판 표현을 빼버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과의 정상외교 재개 의지를 드러내면서 의도적으로 대북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지만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이를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다'고 평가하며 전년도와 달리 강한 비판 표현을 빼버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재개 의지를 드러내면서 의도적으로 대북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군의 성명 변화는 지난해 트럼프 2기 첫해의 대북 정책 기조와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일 오후 5시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포착된 미사일들은 약 300킬로미터를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군 당국은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600밀리미터 초대형 방사포인 KN-25를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KN-25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KN-24와 함께 대남 타격용 단거리탄도미사일 3종 세트로 꼽힌다. 이는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도발로 평가되는 사건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미 태평양사령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최근 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 있고,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현재 평가에 따르면 이번 발사들은 미국의 인력이나 영토 또는 우리의 동맹국들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미 본토와 역내 동맹국들을 방어하기 위한 공약을 계속 확고히 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미군은 1월 3일, 4월 7~8일, 5월 2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마다 유사한 성명을 내왔으며, 이번 성명 역시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미군의 성명 문구에서 강한 비판 표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트럼프 2기 첫해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규탄(condemn)한다'는 표현과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unlawful and destabilizing acts)'이라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포함했었다. 지난해 3월 10일 북한의 복수 탄도미사일 발사 때 미군은 '미국은 이러한 행동을 규탄한다'며 '북한에 추가적인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고, 10월 22일에도 동일한 표현을 사용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도 2023년 12월과 2024년 여러 차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의 자제를 촉구했었다. 올해 들어 이러한 표현들이 잇따라 빠진 것은 명백한 정책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외교 재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고, 19일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올해 안에 만날 계획이 있다고 공개했다. 또한 4월에는 '김 위원장에게 가까운 시일 내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소통이 있다'고 답했으며,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 교환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외교 재개를 위해 의도적으로 대북 군사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성명 문구 변화만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대북 비판 수위를 낮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사일의 종류와 궤적, 위협 수준에 따라 성명 문안은 달라질 수 있으며, 올해 들어 미군의 성명 작성 방식 자체가 간소화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성명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