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800억 초장기펀드로 AI·반도체 편중 해소…바이오·방산에 40% 의무 투자
정부가 8800억원 규모의 초장기기술투자펀드를 출범시키면서 AI·반도체 외 분야에 투자액의 40% 이상을 의무 배분하기로 결정했다. 13~15년의 초장기 투자 기간과 기술 전문성 중심의 운용사 평가를 통해 바이오·방산 등 장기 기술개발 분야의 자금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첨단기술 투자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초장기기술투자펀드를 본격 가동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8800억원 규모의 초장기기술투자펀드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제외한 분야에 투자액의 4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분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달 공청회 당시 검토했던 20%에서 두 배 이상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정부가 기술투자의 불균형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초장기기술투자펀드의 구성을 살펴보면 정책금융이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 전체 8800억원 중 첨단전략산업기금 6000억원과 정부 재정 800억원 등 정책자금이 6800억원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민간이 나머지 2000억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성은 장기 기술투자에 따른 높은 불확실성을 정책자금이 분담함으로써 민간 운용사의 자금 모집 부담을 크게 낮추려는 의도다. 결국 정부가 초기 기술 개발 단계의 위험을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민간 자본이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전략이다.
투자 기간의 확대도 이번 펀드의 핵심 특징이다. 펀드 존속기간을 13~15년으로 설정하고 1년 이내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실제 투자 기간은 6~7년으로 정했다. 이는 기존 정책성 펀드의 존속기간 8~10년, 투자 기간 4~5년보다 상당히 길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연구개발(R&D) 초기 단계부터 스케일업과 상용화까지 전 과정에 걸쳐 지속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바이오와 방산 같은 분야는 기술 개발에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장기간의 안정적인 자금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운용사 선정 방식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의 단기 재무성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기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금융위는 운용사 평가 시 핵심 운용인력이 투자한 기업의 기술이 실제로 상용화됐는지를 검증하고, 투자 분야의 전문인력과 기술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보했는지를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특히 초기기업 발굴과 보육에 강점이 있는 창업기획사(AC)도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등과 함께 운용사 모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이는 다양한 형태의 운용 전문가들이 장기 기술투자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다.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 체계도 마련됐다. 초장기기술투자펀드 운용 중인 실적은 다른 정책성 펀드 운용사 선정 평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는 장기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로 인해 향후 정책펀드 운용사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를 없애려는 것이다. 반면 모태펀드가 지원한 초기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 해외 기술기업 인수를 위한 국내 투자, 기존 투자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에는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차등 평가 방식은 운용사들이 단기 수익률보다 기술의 실제 상용화와 기업의 성장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소형 리그 3개사와 중형 리그 4개사 등 총 7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소형 펀드는 각각 800억원, 중형 펀드는 각각 1600억원 규모로 운영된다. 금융위는 다음 달 3일 제안서를 접수한 뒤 10월까지 운용사를 확정하고 연말부터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하반기 산업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대상을 우주항공 등으로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통해 단기간 회수가 가능한 기업에 집중되어 있던 정책성 자금의 투자 기간과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여, 첨단기술이 상용화되기 전 발생하는 장기 자금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