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채무 40조 달러 돌파, 9년간 2배 증가로 재정위기 우려 고조
미국의 국가채무가 8월 18일 40조 달러를 넘어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2017년 이후 9년 만에 2배 증가한 이 수치는 팬데믹 대응 지출과 구조적 재정 불균형의 결과로, 국채 이자 비용이 국방·의료 예산을 초과하면서 재정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국가채무가 역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약 5천조 원)를 넘어섰다. 미국 재무부가 8월 19일 발표한 일일 현금 및 채무 잔액 명세서에 따르면 8월 18일 기준 총 공채 잔액이 40조 471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공개 시장에서 유통 중인 국채 32조 2,660억 달러와 정부 내부 차입금 7조 7,820억 달러를 합친 수치다. 이 같은 규모의 채무 증가는 단순한 수치 상향을 넘어 미국 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재정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채무 증가의 속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1월 첫 취임했을 당시 미국의 국가채무는 19조 9,500억 달러였다. 불과 9년 만에 채무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증가분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추진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재정지출에서 비롯됐다. 나머지 3분의 2는 양 대통령의 감세 정책과 지출 증가,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세입과 지출의 구조적 불균형이 누적된 결과다. 특히 팬데믹 이후에도 지출 기조가 정상화되지 않으면서 채무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가채무 급증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이 연방 정부 예산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국채 이자 상환액이 국방부와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같은 주요 연방 예산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정부가 새로운 정책 추진이나 사회 안전망 확충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여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당파적 재정 감시 단체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의 마야 맥기니스 회장은 "40조 달러의 채무는 정부 장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역에 영향을 미치며 국민 개개인의 지갑까지 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우리가 더 많이 빌릴수록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예산의 다른 우선순위를 압박하며, 국내 긴급상황과 해외 혼란에 취약해진다"고 경고했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의 가파름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이 40조 달러 채무에 도달하는 데는 39조 달러 도달 이후 불과 5개월이 걸렸다. 역사적으로 보면 1981년 처음 1조 달러에 도달한 후 20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20년간 채무가 40배 증가한 셈이다. 맥기니스 회장은 "글로벌 강대국의 재정적 쇠퇴가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는 놀랍다"며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예산 감시 그룹들은 의회가 지속 불가능한 재정 전망에 직면하고 있으며, 세금 인상, 지출 삭감 또는 그 조합을 통해 이 문제에 대처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채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 채권 시장에서도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가 흔들리는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30년물 국채 25억 달러를 입찰한 결과 2021년 이후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8월 18일에는 장기 국채 수익률이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8월 19일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10년물에서 30년물 국채의 매입(바이백) 규모를 최소 40억 달러로 2배 확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10년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10년간 보유에 따른 위험 보상)도 지난주 12년 이상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 국채를 보유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 감소 추세다. 전체 국채의 약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수요가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존 카나반 금융시장 수석 분석가는 이로 인해 미국 국채가 가격에 민감한 투자자들에게 더 많이 할당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미국의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재정 악화를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단순한 수치 증가를 넘어 미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노출되는 단계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의회의 적극적인 재정 개혁이 없다면 향후 몇 년 내 본격적인 재정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