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에도 SK하이닉스 저평가 이유…반도체 사이클 우려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500% 이상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 전문매체는 반도체 산업의 경기 순환성을 이유로 이 기업을 추천 종목에서 제외했다. 현재의 AI 메모리 호황이 공급 확대로 인한 가격 하락과 이익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57% 증가한 실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 풀은 이 기업을 추천 종목에서 제외했다. 표면적으로는 매출 256.8% 증가, 순이익 1242.5% 급증이라는 경이로운 수치가 눈에 띄지만, 시장은 이미 다음 단계의 위험을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내년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5배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PER은 기업의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낮은 PER은 시장이 향후 실적 지속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 산업 특유의 경기 순환성이 이러한 저평가의 근본 원인이다. 모틀리 풀의 분석에 따르면 1950년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부터 현재의 엔비디아까지 반도체 기업들은 경기 순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1984년 상장 이후 장기적으로 S&P500을 상회하는 성과를 냈지만,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이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바라보는 시장의 신중한 시각을 형성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구조적으로 공급 부족과 과잉 공급의 사이클을 반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극단적으로 변동해 왔다.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견인하는 것은 인공지능 열풍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의 폭발적 증가다.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HBM 수요도 함께 급등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현재 메모리 시장에서 5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했다. 순이익도 1242% 급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소수 업체만 HBM을 생산할 수 있어 공급 부족이 심화되었고, 이것이 메모리 가격 상승과 기업 실적 폭증으로 이어졌다. 마이크론은 최근 12개월 동안 약 670% 주가 상승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한국 증시에서 약 495% 상승하는 등 AI 메모리 호황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세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의 높은 메모리 가격과 공급 부족이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 확대를 촉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틀리 풀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시점이 오면 반도체 사이클이 다시 하락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면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고,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증가세 역시 둔화하거나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는 과거 반도체 산업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패턴이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시장이 현재 SK하이닉스의 높은 실적에도 낮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배경이 바로 이러한 우려다. 투자자들은 현재의 실적보다는 향후 반도체 업황이 고점을 찍고 꺾일 가능성을 주가에 미리 반영하고 있다. 모틀리 풀이 자사 투자자문 서비스인 스톡 어드바이저가 선정한 지금 매수하기 가장 좋은 10대 주식에 SK하이닉스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AI 메모리 호황이 현실이지만, 그것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판단이다. 결국 반도체 기업의 주가 평가는 현재의 실적보다 산업 사이클의 방향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