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북한 대화 제의에 김정은 침묵…비핵화 거부감이 가장 큰 걸림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북한 김정은과의 대화를 제의하고 한미훈련 축소를 지시했으나,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핵화 거부감, 트럼프에 대한 신뢰 부족, 하노이 노딜의 충격, 그리고 러시아·중국과의 전략적 밀착이 북한의 신중한 태도를 만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대화를 제의하고 있지만, 북한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2019년 판문점 번개 회동 당시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고, 17일에는 백악관에서 자신의 대화 요청에 김 위원장이 응답했으며 대화 전망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공언했다. 또한 16일에는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국방장관에게 지시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유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18일 현재까지 트럼프의 이러한 제스처에 대해 어떤 보도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을 직접 겨냥한 북한의 마지막 공식 입장은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이 한미 연합훈련을 "본질상 침략전쟁시연"이라고 비난한 담화였다.
북한이 트럼프의 대화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비핵화 의제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이다. 북한은 2019년 헌법을 개정해 핵무장을 국가 정책의 최고 위상으로 명문화했으며, 이후 더 이상 비핵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양측 간의 입장 차이가 매우 크다. 이러한 기본적인 목표의 불일치는 본격적인 대화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를 거부하는 상태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시작할 경우, 결국 핵 포기 압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 대한 신뢰 문제도 북미 대화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이란 문제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언제든 협상을 중단하고 돌발적인 강경 행동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우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사전 예고 없이 결렬된 "하노이 노딜" 사건은 북한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당시 양측이 합의 직전까지 진행되었으나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회담이 무너진 경험은 북한으로 하여금 트럼프와의 협상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현재의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신중한 태도를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북미 대화가 미국의 국내 정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김정은의 경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국내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성공시킬 경우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활용하고, 국내 유권자들의 시선을 중동 문제에서 돌려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 할 수 있다는 판단을 김정은이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즉,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정치 일정에 따라 자신의 외교 정책이 좌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한은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외 정책을 추구하고 있으며, 단기적인 미국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좌우되는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과의 전략적 밀착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협력을 대폭 강화했으며, 중국과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심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국제적 영향력과 외교적 운신의 폭이 과거보다 크게 확대되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성과를 바라보며 트럼프에게 매달릴 이유가 없다"며 "김정은은 지금을 러시아·중국과의 반미 연대를 강화해서 경제·군사적 실리를 챙길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이 현재 미국과의 대화보다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강력한 후원자들과의 관계 강화를 우선순위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트럼프의 대화 제의가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낮게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