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 피해 빌라로 몰려…가격 2.4배 급등에 청년층 '주거 사다리' 흔들린다
서울 빌라 가격이 작년 대비 2.4배 빠르게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파트 규제 회피 수요와 정부의 주택수 제외 세제 특례 연장이 이러한 상승을 부추기면서,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 시장이 투기 자산화되고 있다.

서울의 빌라(연립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KB부동산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1.96% 상승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0.83%의 정확히 2.4배에 달하는 수치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상승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기별 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0.68%에서 하반기 1.26%, 올해 상반기 1.63%로 연속 확대되고 있어 빌라 시장의 과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격 수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7월 서울 연립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5813만원으로, 2022년 11월 통계 개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바닥을 치던 2024년 1월의 3억2851만원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반 사이에 3000만원에 가까운 상승폭을 보였다. 이러한 급등의 배경에는 아파트 시장의 규제 강화가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등 서울 아파트 매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매수 수요가 빌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강남권 빌라의 상승이 두드러진다. 최근 2년간 강남 11개구의 연립주택 매매지수 상승률은 4.48%로 강북 14개구의 4.08%를 앞질렀으며, 이는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실린 매수세 유입의 결과로 해석된다.
전세 시장도 함께 상승하고 있어 빌라 시장 전반의 과열을 시사한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연립주택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39% 올랐으며,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는 지난 6월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수급지수가 113.0까지 상승했다. 이는 2016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빌라 전세 수급이 심각하게 불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매매가격이 전세값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연립주택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월 68.44%로 2018년 12월 이후 7년7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왔다. 이는 매매가격에 거주 가치 이상의 상승 기대감이 포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최근 부동산 대책도 빌라 시장의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3일 발표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개인이 소형 신축주택(아파트 제외)을 구입할 때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는 특례가 포함되었으며, 이 특례가 2028년 12월까지 1년 추가로 연장되었다. 대상은 2024년 1월부터 2028년 12월 사이 준공된 전용면적 60㎡ 이하, 취득가격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의 신축주택을 이 기간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다. 정부는 이를 소형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시책으로 설명하지만, 다주택자도 세 부담 없이 빌라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신축 가격의 상승이 인근 구축 시세로 전이될 가능성도 높으며, 도심 정비사업 신속화 조치 역시 재개발 기대감을 키워 매매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빌라값 상승의 부담이 청년층과 저소득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전체 주택의 51%(약 200만호)가 빌라 등 일반주택이며,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 20~30대 가구의 67.9%가 오피스텔을 포함한 일반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청년층이 주거 사다리의 첫 발을 내딛는 공간이 바로 빌라 시장인데, 이곳에서 상승 기대감으로 인한 거품이 팽창하면서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거주 가치에 웃돈을 얹은 가격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더욱이 전세 매물이 부족한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와 월세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국 청년층의 주거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