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안상호 친일 행위 명백"... 역사 성찰 부재 비판
민족문제연구소가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위가 명백하다고 공식 입장을 내고, 일제강점기 친일 엘리트 모임인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활동을 근거로 제시했다. 동시에 하영의 역사적 성찰 부재를 비판하면서도 후손에 대한 연좌제적 비난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논란에 공식 입장을 내고, 안상호의 친일 행위가 명백하다는 취지를 밝혔다. 연구소는 1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안상호가 친일 엘리트 모임인 대정친목회의 평의원으로 활동한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친일 행위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하영이 공적 영역에서 조상의 식민지 협력 이력에 대한 역사적 성찰 없이 발언함으로써 대중에게 상처를 줬다며, 겸허한 반성을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안상호의 실제 행적과 역사적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이번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안상호는 전문직 의사였지만, 화려한 이력 이면에 친일과 부일 협력 행적이 존재한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활동한 점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연구소는 "안상호는 이 단체의 평의원으로 명단이 확인된다"며 "시대적 상황과 단체 성격을 고려할 때, 평의원으로 참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결론지었다.
대정친목회는 일제강점기 친일 엘리트들의 중심 조직이었다. 1916년 창립해 1940년까지 존속한 이 단체는 거물 친일파를 중심으로 조선인 전직 관료, 귀족, 대지주, 실업가들이 결집해 '내선융화'를 표방하며 설립됐다. 관련 논문 등에 따르면 경제인뿐 아니라 관료, 귀족, 종교인, 교육자, 언론인, 법조인, 의료인 등 경성의 각계 유지들이 참여했으며, 회원 중에는 일본인 사회의 관리와 언론사 고위 간부, 국책은행 대표 등도 포함됐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를 "논란의 여지가 없는 친일 엘리트 모임"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한편 안상호가 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점을 들어 친일파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연구소는 이를 반박했다. 연구소는 "발간 당시 선정 기준에 미달해 수록을 보류한 것"이라며 "미수록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명확히 했다. 논란의 본질은 하영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그 자체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조상의 식민지 협력 이력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성찰 없는 발언으로 대중에게 상처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이를 '역사 인식과 성찰 부재의 문제'로 규정하고, "조상의 과오를 성찰 없이 미화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소비한 태도에 대해 겸허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소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하영을 겨냥한 비난을 우려해 선을 그었다. "역사적 과오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은 행위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게 원칙"이라며 "선대의 과오에 대한 단죄를 후손에게 전가하는 연좌제적 발상은 민주 사회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는 개인의 책임과 역사적 성찰을 구분하는 입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후손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보다는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앞서 하영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가 증조부의 친일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관련 논란이 확산하면서 하영과 상대 배우 정해인은 넷플릭스 시리즈 '이 엿같은 사랑' 인터뷰를 취소했고, 삼성전자와 의류 브랜드 아티드는 광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해당 방송은 다시 보기를 중단하고 유튜브 클립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하영은 지난 12일 자필 사과문에서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입장을 표명했으나, 이번 민족문제연구소의 입장 발표로 논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