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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유하 교수, 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에 '역사적 맥락' 강조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과 관련해 역사적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안상호를 의료계 파이오니아로 평가하며 일제강점기 리더층의 구조적 친일 불가피성을 지적하고, 한국 사회의 '순결 강박'을 비판했다.

세종대학교 박유하 명예교수가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과 관련해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며 소신 발언을 나섰다. 박 교수는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영의 증조부인 의사 안상호에 대해 "서양의학을 공부한 조선 의사 1호이자 대한제국 최초의 국비 유학생"이라고 소개하며 그의 업적을 재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같은 평가를 통해 단순한 친일 행적만으로 역사 인물을 판단하기보다는 당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안상호가 귀국 후 순종의 주치의가 된 것에 대해 "당연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 명예에는 당연히 부도 따라왔을 것이며, 친일로 쌓은 명예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실력과 국가의 지원으로 의료계 파이오니아가 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안상호가 을사오적 이완용을 치료한 이력에 대해서는 "이완용이 아니라 서민이라도 가능하다면 당대 최고 의사였던 그에게 치료받고 싶었을 것"이라며 의료인의 전문성과 친일 행적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교수는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한 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그는 "일제치하에서 정치·경제·문화·교육 모든 분야에서 리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은 교육부터 활동까지 구조적으로 친일파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그 모든 이들을 부정한다면 일제 시대 내내 인재를 키우지 말아야 했다는 얘기가 된다"며 역사적 현실성을 강조했다. 이는 식민지 시대의 복잡한 현실 속에서 생존하고 활동해야 했던 인물들을 일괄적으로 단죄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교수는 이번 논란의 근본 원인을 "순결 강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식민지화된 사실조차 부정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식민지화의 흔적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려 하는 것부터 모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컴플렉스든 강박증이든 피해망상이든, 치유하려면 오욕을 내 것으로 끌어안는 태도부터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한국 사회가 역사적 트라우마를 건강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역사 인물에 대한 평가가 단순한 이분법적 판단을 넘어 깊이 있는 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 7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하영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하영은 당시 "증조부께서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고 밝혔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영의 증조부가 친일 의혹을 받는 의사 안상호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소속사는 처음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으나,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공개되자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사건은 개인의 가족사와 역사적 책임의 관계, 그리고 한국 사회의 역사 인식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됐다.